도시재생과 “공모 업체에게 맡겼던 일이라 일일이 확인 어려워”
지난 17일 낮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산지천을 찾았다. 하천가에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게 값비싼 안내판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천 쪽으로 난 돌계단을 내려가자 물길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다. ‘비싸 보이는’ 화강암 안내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외관보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돌판 위에 쓰인 내용이었다.
갯국화: 학명 Chrysanthemum pacificum
과: 국화과
서식지: 바닷가 벼랑이나 풀숲에 서식하며 제주도 및 다도해를 비롯한 남해안 지역에 분포한다.
갯국화는 제주에서만 서식하는 식물도 아니고 제주를 대표하는 식물도 아니다. 다른 표지석도 마찬가지였다. 좀보리사초, 도깨비쇠고비, 갯쑥부랭이, 갯방풍, 문주란, 갯기름 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종류 당 2~3개가 군데군데 설치됐다. 산지천 표지석 2~3개를 제외하곤 모두 식물명과 서식지를 안내하는 표지석이었다.
확인 결과, 안내판 1개당 제작비용은 500여만 원이었다. 19개가 설치됐으니 총 설치비용은 1억 원에 이른다.
근처에 왔다가 우연히 안내판을 발견했다는 제보자 A씨는 “화강암 표지석이 있길래 중요한 곳인가 싶어서 봤다가 놀랐다”며 “다른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나 아크릴 푯말이 훨씬 저렴하고 보기에도 좋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해본 결과 아크릴 푯말 판매가는 1개당 1만 원 정도였다. 도에서 굳이 500배 가까이 비싼 화강암으로 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 도시재생과 탐라문화광장 관계자는 “설계 당시 전체적으로 견적이 들어간 거라서 안내판 개별 가격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산지천 주변 설계 공모 당시 선정된 업체에 맡겼던 사업”이라며 “업체가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게 설계했다고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내판 제작비용이 2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어난 데 대한 도의 설명은 한마디로 “몰랐던 일”이었다. 제주지역 근로자의 평균 급여 4년 치에 가까운 세금이 식물 안내판 제작에 쓰인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이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정신이면 저런 답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