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을 계도대상으로 보는 건 반민주적 공무행정
[기고] 청소년을 계도대상으로 보는 건 반민주적 공무행정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2.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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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민 김상범씨

미디어제주의 기사와 여고생이 쓴 기사 둘 다 읽어봤습니다.

쓰레기 요일별 수거제의 문제점을 인터뷰 형식으로 불편을 환기시킨 그 여고생의 기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 보도할 수 있는 시도였습니다. 다만 기사가 더 폭넓어 지자면 시민 인터뷰 뿐만 아니라 행정의 입장도 같이 인터뷰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취재기자가 또다른 추가 기사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이미 보도된 기사에 대해 시장님이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제주시장이 이랬다면 이는 세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 언동입니다.

첫째 상급기관인 제주도가 장려하고 있는 청소년 관련 위원회 소속 청소년이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보도한 것에 대해, 하급 자치단체장이(현행법상 위계질서가 그렇게 돼 있죠.) 청소년 자율성을 심각히 침해한 언동입니다.

둘째는 비록 언론사 소속 기자가 아닌 청소년의 신분으로 쓴 글이지만, 엄연한 언론 활동인 것인데 이는 비판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언론 행위에 대한 구시대적 관제 개입으로 분명히 사과, 시정되어져야할 문제입니다.

셋째로 청소년도 해당 지자체 시민인데, 시민은 정책에 대해 호불호를 공표할 자유가 분명히 있는 건데, 이를 언짢아하고 심지어 ‘어른들이 잘못 지도한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개입하려 한 언동(간접적으로 뭐라 지시했던 간에 어쨌건 개입은 개입이다.) 은 시민을 주인으로 섬겨야하는 지자체장의 역할에 배치되는 잘못입니다.

문제는 이 사태를 인식하는 시장과 제주시 당국의 인식이 더 큰 문제다 하겠습니다. “시장님께선 그 글이 잘못됐다고 표현하진 않았다”며 “다만 쓰레기 정책은 당연히 불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만 지적하는 점을 안타까워하시며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식을 갖게끔 하기 위해 시장님이 기꺼이 시간을 내신 것”이라고 했다고 하니.

허허참 시장님이 청소년을 계도하기 위하여 기꺼이 시간을 냈다는 인식은 제주시가 갑이고 시민은 을이라는 평소 인식이 불거진 거라 보여집니다. 청소년이 위법을 저지르는 건 물론 계도가 필요할는지 모르지만 합법적 일상 활동조차 계도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건 정말 반민주적 시대착오적 공무행정의 인식 상태입니다. 즉 시장을 감싸고 해명해주려던 충성 멘트가 오히려 더 나쁜 공무집단의 인식 상태를 드러내 보인 꼴입니다.

시장이 청소년지도사들을 대상으로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밝혀져야할 문제이지만 설사 관청의 변명대로 두루뭉술하게 청소년기자의 기사를 지적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와 전혀 무관한 지도사들 앞에서 할 행정행위는 더더욱 아닌 것이며 지도사들 중 일부라도 그 추상적 언동에 대해 불쾌함이나 압박을 느꼈다면 이는 명백한 행정과 해당 제주시장의 잘못입니다. 일차적으로는 지도사들에게 부적절한 언동을 한 것을 사과해야겠고 그리고 청소년기자에게 공식 사과해야겠고, 마지막으로 제주시의 쓰레기 행정으로 불편을 겪는다는 글에 공감하는 무작위 시민들에게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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