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숨고르기
  • 홍기확
  • 승인 2017.02.1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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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134>

 달리기를 하면 숨이 가쁘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빨리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대부분 본인의 선택보다는 외부의 압박, 필요 등 환경적 원인이 크다. 자신의 능력을 넘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달리고, 숨 가쁘게, 지쳐 간다.

 주변에서는 항상 쉬라고 한다. 힐링, 휴식, 여가, 자기만의 시간.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편히 우리를 쉬게 만들지 않는다. 죽으면 끝인 것 같지만 끝도 아니다.
 우리는 명절 즈음에 부모님의 묘소를 방문한다. 그리고는 나름의 소원을 빈다. 가족의 건강이나, 자녀의 공부, 본인의 자질구레한 소원 따위다. 무덤에 누워계신 부모님은 죽어서도 바쁘다. 소원에 대해 어떻게 들어줄까 고민이다. 안 들어주면 조상 탓이라 할 테고, 잘 되면 지들 잘나서 된 거라고 할 테니 죽어서도 쉬질 못한다. 야릇한 비유지만 우리네 부모는 이토록 살아서 자식을 위해 힘쓰고, 죽어서도 자식들의 무한 기대에 편히 눕질 못한다.
 죽어서도 이럴 진데 살아서 숨이 가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결국 숨고르기를 하며 살아가야 헐떡대지 않는 밋밋한 삶을 살 수 있다.

 숨고르기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숨이 차고 가빠서, 벌떡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고른다는 의미가 첫 번째. 두 번째로는 잠시 여유를 얻어 휴식을 취하는 숨을 돌린다는 의미다.
 숨을 고르고 숨을 돌린다는 말의 반대말은 숨을 거둔다거나 숨을 끊는다는 관용어다. 우리는 이렇게 숨 가쁘게 현실을 살면서, 단어 하나 차이로 숨을 거두지 않고 살고 있다.

 가끔은 원인 모를 통증이 몰려올 때가 있다. 뚜렷이 이별을 하거나, 사람에게 상처받은 것도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세상과 자신에게 답답한 순간이 있다.
 숨이 차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멈추는 것이다. 보통의 풍경과 고즈넉한 배경에 앉아 바라보지 않았던 낯선 점(點)을 응시한다. 들숨과 날숨의 엇박자는 사람을 아프게 만든다. 낯선 풍경을 응시하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는 제일의 방법이다. 원인 모를 통증은 보통 세상과 너무 친해져서다.

 때로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질 때도 있다. 누가 닦달을 하지 않았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는 것도 아닌데 온 몸의 기운이 우주 저 멀리 흘러가 주워 담지 못할 정도가 된다.
 숨이 막혀서다. 당연히 여겼던 들숨과 날숨이 어그러져서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다. 탄성, 찬사, 환호. 이와 같은 것들은 막힌 숨을 트이게 해준다. 등산을 좋아하면 새벽 4시에 나 홀로 아무도 오지 않은 산을 오르거나, 책읽기를 좋아한다면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잠자는 게 유일한 취미라면 캠핑을 가서 잠을 자고 오는 것도 좋다. 이렇듯 색다른 경험은 다시금 숨을 쉬게 한다.

 숨고르기의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숨이 차거나, 숨이 막힐 때는 반드시 숨고르기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 흔히 인생의 마침표는 한 개지만, 쉼표는 곳곳에 찍어야 긴 호흡으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글에 있는 열아홉 개의 쉼표에 스무 번째 쉼표를 찍을 어느 순간, 어느 장소를 찾는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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