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쏟아부은 무분별한 토목공사의 ‘완결편’
500억 쏟아부은 무분별한 토목공사의 ‘완결편’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1.11 15: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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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문화광장은 버려라] <2> 행정의 마구잡이식 업적
자연과 사람이 있던 분위기 없애고 완전 새것으로 탈바꿈

토목공사는 이런 것. 아니 완결편이라는 표현이 나을까. 5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탐라문화광장 현장엔 솔직히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토목공사 완결편’이라는 말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사실 토목공사는 모든 건축행위의 기초가 된다.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토목공사는 비판을 받는 신세가 돼 온지 오래이다. 왜냐하면 무분별한 개발만능주의를 등에 업고 갈아엎기를 반복해 온 게 바로 토목공사였기 때문이다.

토목공사를 진행하면 솔직히 주변은 싹쓸이가 된다.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만다. 탐라문화광장이 대표격이다. 아무래도 탐라문화광장은 토목공사가 보여준 대표적 나쁜 사례로 관광투어를 만드는 건 어떨지 제안을 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탐라문화광장 공사가 시작되면서 숱하게 글을 써왔다. 문제제기를 정말 많이 했다. 대부분은 고쳐지지 못했다. 행정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인해 언로는 막히고 말았다.

몇 가지 짚어보자. 광장이라면 소통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하는데 탐라문화광장은 애초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광장 조성 이전에 산지천 동쪽은 커다란 가로수가 차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광장 공사가 시작되면서 나무들은 죄다 뽑혔다. 기자가 이유를 물었더니 “광장이 완공되면 노숙인들이 차지를 한다”며 가로수를 없앤 이유를 설명했다. 그 자리엔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이걸 들여다보면 애초부터 행정은 광장을 광장답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윗선에서 광장을 만들라고 하니까 있는 예산을 투입하고, 뭔가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기존 것은 없애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또 있다. 있는 걸 왜 없애는지 알 수 없지만 산지천 일대 주민들이 써오던 산지물을 없애고 거기에 콘크리트를 입혀서 수변공원 비슷한 걸 창조(?)했다. 예전 건 낡고, 새 것이 좋다는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완전 새로운 게 만들어졌다.

산지천 서쪽에 세운 조형물. 분수쇼 때문에 세운 무분별한 건축행위로 인간의 조망권은 아예 무시하고 있다. ©김형훈

더 가관을 얘기해야겠다. 이벤트 분수라는 걸 만들었는데, 수십억원을 들여서 왜 그런 가공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조망권을 없애는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사실 하천 주변은 시선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산지천 서쪽엔 어른 키보다 훨씬 높은 조형물(이벤트 분수쇼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둠)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건축에서 직선의 조망권 확보를 의미하는 ‘통경축’을 제한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건축행위가 아니다. 그러고선 광장이라고 말 할 수 있나.

다행히 살아난 건 있다. 보존 필요성이 있는 고씨주택을 끄집어냈다. 마침 원희룡 도정이 곧바로 탄생하는 시점이었는지 그 건축물은 회생의 길을 텄고, 이웃한 건물들도 망가지기 직전에 살아났다. 그러나 예전 고씨주택은 온데간데 없다. 리모델링을 한다면서 완전 새건물로 만들어버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낡은 게 가치가 있고, 새 것이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새 것은 무조건 좋고, 낡은 것은 처단해야 한다는 생각도 틀렸다. 탐라문화광장은 이 점에서 다 문제를 안고 있다. 낡은 것을 완전히 처단했고, 보존의 필요성이 있는 낡은 것을 완전 이상하게 만들었다.

광장. 참 좋은 이름이다. 그렇다면 지금 탐라문화광장을 가보라. 광장이 맞기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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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2017-01-11 16:30:01
제발 돈을 더 들여도 좋으니 가치를 가치답게 키워가는 모습 좀 보게요\\\

아직도 2017-01-11 16:27:13
이제는 변해야하고 변해야만 한다. 산업화시대의 위에서 아래로의 혁명은 끝났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6차산업,감성 혁명 등 5-6년전 시대하고도 판이하게 달라지는 세상이다. 아직도 불도저 밀듯이 밀어내고 "새것 갔다 놓으니 산뜻하지 않아요??" 하는 시대는 제발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