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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광풍 앞 촛불, 벵듸가 꺼지기 전에
난개발 광풍 앞 촛불, 벵듸가 꺼지기 전에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6.11.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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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듸의 보전 방안 모색하는 첫 토론회 18일 열려
수산평벵듸. ⓒ제주환경운동연합

화산이 만들어낸 초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벵듸’.

벵듸는 마을과 한라산을 잇는 생태축의 역할을 하며 땅 밑에는 동굴이 자리 잡고 있고 땅 위로는 습지를 가진 제주만의 독특한 지형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주요 생활터전이자 마을공동목장들이 형성돼 있어 700년 동안 이어진 목축문화의 거점이기도 하다.

최근 골프장 개발 등으로 인해 벵듸가 훼손되자, 오름, 곶자왈에 이어 벵듸를 제주의 자연자원으로 보전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18일 ‘벵듸의 보전과 생태적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제주환경운동연합 주최로 경제통상진흥원에서 열렸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윤용택 공동의장이 주제발표자로 나섰고, 지정 토론에 △사단법인 제주생태관광협회 고제량 대표 △제주차롱 사회적협동조합 김평선 이사장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 김효철 상임대표 △KBS제주 유용두 기자 △제주대SSK사업단 정영신 선임연구원(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좌장은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처장이 맡았다.

지난 18일 벵듸 보전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주제발표에선 벵듸 연구 목적과 개념, 사회·지질학적 특징, 보전 및 활용방안 등이 소개됐다.

지정토론자들은 벵듸 개념 정립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김효철 상임대표는 “곶자왈 개념 논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보전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 벵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신 연구원은 “주제발표에서 언급된 벵듸 개념이 너무 평이하다”며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벵듸 활용 방안과 보전 주체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고제량 대표는 “민간 기업에게 보전 행위를 맡기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벵듸 보전을 조건으로 부지를 매각해 기업이 홍보관 등 자연과 설비가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하자는 것이다.

김평선 이사장 역시 “국가나 마을 공동체가 아닌 제3자가 주도적으로 보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요즘 기업들이 사회적 공헌에 관심이 많으니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효철 상임대표는 “환경 자원에 대해 돈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접근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며 “도민 스스로가 ‘벵듸의 가치를 지키자’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신 연구원은 ‘총유적 사고’를 제안했다. 총유란 땅 소유자 개개인에겐 토지 이용권만 주어지고, 토지 처분 시엔 이해당사자 전체의 동의를 거쳐야만 처리가 가능한 소유 형태이다. 즉 다만 소유 관계가 이미 다수에게 나눠져 있는 경우는 소유주 모두의 합의를 받아내야 하므로 적용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윤용택 공동의장은 "오늘 제기됐던 질문들 반영해서 '벵듸' 정의를 다시 한 번 다듬겠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부터 '벵듸조사 회원소모임'을 구성해 수산평, 어림비, 녹산장 지역의 생물상과 습지 및 동굴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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