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브루스 커밍스 교수 “미국, 반란 진압에 직접 가담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 “미국, 반란 진압에 직접 가담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10.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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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제주4.3평화포럼 제1세션 주제발표에서 4.3 미국 책임론 전면 제기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1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6회 제주4.3평화포럼 제1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시아 국제관계 등 연구 전문가 널리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을 전면 제기하고 나섰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21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6회 제주4.3평화포럼 ‘세계적‧보편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4.3의 진실‧화해‧상생’ 주제 제1세션에서 ‘미국의 책임과 제주의 학살(American Responsibility and the Massacres in Jeju)’ 주제 발표를 통해 “아무리 이 사건이 긴급한 전시 사태에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양심의 가책을 누그러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미국의 기밀 문서에는 이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해진 무자비한 대규모 폭행에 대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서 “오랫동안 기밀이었던 미국 자료에 의하면 3만~6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4만명 이상이 일본으로 피난을 갔다고 한다”고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 규모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은 미국이 자신의 명령으로 발생된 행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고 있을 때 발생했지만,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대신에 미국 지도자들은 반란세력을 강경 진압할 것을 명령했고, 마침내 진압된 것에 만족해 했다”고 미국의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그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제주 항쟁의 책임자로 외부의 공산주의 선동가들을 지목하고 주한 미군정하의 한국인들이 반란의 근원을 제주 인민위원회와 뒤이어 발생한 경찰과 우익 청년단체의 테러 탓으로 돌리고 있는 데 대해 존 하지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1947년 10월 미 의원들이 내한했던 당시 제주를 ‘국제 공산당으로부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제주인민위원회가 평화롭게 통제하고 있는 진정한 공동체적 지역’이라고 소개한 부분을 주목했다.

 

또 미군 CIC(방첩부대) 자료를 인용, 당시 제2대 제주도지사였던 유해진 지사가 육지 출신 극우파 인물로, 우익 청년단체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으며 ‘반대 당을 무자비하고 독재적으로 다뤘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1948년 6월 미 군정 당시 양원일 판사가 수행한 조사에서 ‘독입 이후 설립된 제주 인민위원회가 실질적인 정부로서 권력을 행사했고, 경찰은 잔인한 행동으로 인심을 얻지 못했다’고 밝힌 부분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원택윤 서울 검찰관이 제주 4.3에 대해 ‘좌파 세력의 선동이 아니라 공권력의 무능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4.3 발발 직후 배치된 김익렬 제9연대장이 ‘반란이 일어난 것은 전적으로 경찰의 탓’이라고 말한 사례 등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진압 감독, 반란 진압군 일상훈련, 수감자 신문 및 게릴라 세력을 찾아내기 위해 미군 탄착 관측기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반란 진압에 직접 가담했다”고 미국 책임론의 근거를 분명히 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1948년 5월 22일 미 20연대장 브라운 대령이 반란을 끝내기 위해 ‘게릴라 단체로부터 해안 마을을 보도하도록 무기 소지 폭도를 체포 및 무고한 시민에 대한 살해와 위협을 근절한다는 확실한 임무를 경찰에 지시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경비대는 제주 내 게릴라 부대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파괴하도록 지시를 받았으며, 브라운 대령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체포된 사람들을 취조하고 게릴라 단체에 물자 공급 경로를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

 

또 브라운 대령이 그 후에도 공산주의의 폐해를 입증하고 미국의 방식이 (제주민들에게) 긍정적인 희망을 제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김성례 서강대 교수가 제주 대학살 사건 생존자들에 대해 ‘억압된 폭력의 기억이 꿈, 유령, 혼령, 무당의 주술 또는 ‘피로 물든 백의’를 입은 사랑하는 이의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고 호소한 부분을 들어 생존자들의 트라우마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겨진 반란자의 부인은 경찰의 괴롭힘으로 인해 자폐증, 긴장증, 심지어 자살로 내몰리게 되며, 유족들은 행여 블랙리스트에 올려질까 두려워 죽은 이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제사를 올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친족 한 명이라도 공산당으로 낙인 찍히면 연좌제에 따라 수십 년 동안 가족 모두의 목숨이 모두 위태롭기 때문”이라면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선 잊는 것이 즉각적인 치료법이겠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의 진실화해위원회에 대해 “남한이 수십년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노력의 최대 산물”이라면서 “치유의 대상은 국민 뿐만 아니라 국가를 포함하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진실을 나누고 이해함으로써 회복과 치료가 된다”고 4.3이 아픔을 치유해나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6회 제주4.3평화포럼 참석자들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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