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기고] 급할수록 돌아가라
- 시민복지타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의견
[기고] 급할수록 돌아가라
- 시민복지타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의견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09.13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언 담건축 대표
  김상언 담건축 대표.

# 한국인에게 집이란

땅이 좁고 사람은 많은 우리나라에서 집은 자산을 대표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열심히 저축하여 작은 집을 장만하고 추후에 조금 더 큰 집을 장만해 가는 방식은 기성세대에게는 일반적인 삶의 과정이었다. 자식을 키우면서 집과 살림을 늘려가는 것은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제주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이 과정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타지방에 비해 낮은 공공임대주택의 보급률도 큰 문제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제주열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이주민이 늘고 주택가격이 치솟으면서 어느새 저축을 통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특히 부모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에게 너무나 올라버린 집값 및 임대료는 가장 큰 어려움일 것이다. 제주지역의 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문제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지금 청년들에게 집이란

공유주택이란 주거방식이 요즘 대도시에서 유행(?)이다. 영어로는 쉐어하우스(share house)라고 부른다. 최소한의 개인공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방, 거실, 화장실 등을 공유해서 쓰는 주택을 말하는데 하나의 주택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방식이다. 1인 세대가 대세인 요즘 청년층이 감당할 수 없이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자구책으로 도입한 주거형식이다. 제주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청년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요새 젊은이들이 이렇게 산다.

이제 제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세대들을 위한 저렴하고 쾌적한 임대주택의 공급은 발등의 불이다. 이들이 수억원을 넘나드는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방 한 칸에 월세 수십만원 하는 임대료를 감당한다는 것도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부모에게서 도움을 받지 못하면 수입의 상당부분을 주거문제에 투입하며 근근이 살아야 한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주거문제로 인해 절망에 빠진다면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니 현재 제주도에서 가장 우선돼야할 주민복지정책은 주거복지, 특히 청년주거복지라야 하는 것이다.

# 왜 시민복지타운에서만 문제인가

최근 제주도가 공공임대주택 사업들을 공격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첨단과학단지, 시민복지타운, 시내 곳곳의 자투리 땅들, 여기저기서 공공주택사업 추진에 관한 소식들이 들린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독 시민복지타운의 공공임대주택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아 보인다. 그 활용을 두고 오랫동안 논란이 많았던 시내 요지의 대규모 공공필지이니 민감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도정이 발표한 사업내용을 살펴보았다.

1. 제주시 도남동 시청사 예정부지에 1200세대 공공주택 건설 추진

2.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700세대, 10년 공공임대주택 420세대, 공공실버주택 80세대 등 총 1200세대 건립

3. 주차장은 지하화하고 지상 저층부(1~2층)는 공공시설 등 도민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왜 반대가 많을까? 이번에는 언론을 통해 살펴본 반대의 이유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사업내용 중 임대후 분양부분에 대한 우려

2. 고밀도의 공동주택으로 인한 경관훼손 우려

3. 친환경 저밀도의 원칙위배

4. 구도심의 요지인 점을 감안해 공공성격이 강한 도심공원화 계획 요구

5. 교통혼잡 및 주차난에 및 학교과밀화 우려

6.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섬으로 인한 지역 내 갈등 우려

7. 공론화 절차없는 도정의 일방적이고 성급한 추진으로 입지타당성 논란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이 대체로 위의 일곱 가지 내용인 것 같다. 읽고보 니 대부분 일리 있는 지적이다. 혹시 놓친 게 있다면 다른 분이라도 다시 짚어줄 것으로 믿는다.

# 그럼 해법은 없을까?

이제 하나씩 짚어 보려 한다. 필자가 공공임대주택 추진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앞에서 미리 밝혔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또한 개인적인 의견임도 감안해 주시라.

1번의 내용은 당연한 우려다. 이 땅에 대한 도민들의 애착을 감안하면 분양정책은 취소함이 마땅해 보인다. 사업비의 일부라도 회수해야 다른 사업의 씨드머니가 될 테니 사업계획의 이유는 이해하나 분양을 전제로 하면 투기의 대상이 될 것임은 이미 우리는 학습으로 잘 알고 있다. 적어도 이 땅에 대한 사업에서 임대 후 분양정책은 포기하는 것이 괜한 오해를 받지 않는 길일 것이다.

2번과 3번의 의견은 비슷한 내용이니 같이 놓고 논해도 좋을 듯하다. 이것도 적절한 지적이다. 아무리 공공의 성격이 큰 사업이라도 지역의 대원칙을 훼손하면 당연히 지적을 받게 마련이다. 사업내용 중에 임대 후 분양 부분을 제외하면 상층부의 볼륨은 반 이상 줄어들테니 사업내용을 조금 축소하더라도 큰 틀에서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4번도 제주시내에 모자란 공원을 생각해 보면 응당 내놓을 수 있는 의견이다. 근데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알다시피 이 땅은 원래 시청사부지로 마련된 자리였고, 시청의 이전이 무산된 후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이 땅의 활용에 대해 갑론을박하던 자리이다. 또한 이 땅은 대규모 시설이 들어올 전제로 기반시설이 이미 어느 정도 갖춰진 곳이니 공원만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다. 도심공원이라면 여기보다 훨씬 면적이 큰 신산공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대신 공공주택의 볼륨을 줄이고 대지를 잘 활용하면 사업면적을 최소화하면서 나머지 공간을 도심의 근린공원으로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계획으로 추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해서도 임대 후 분양 정책은 재고돼야 하는 것이다.

공원으로 조성해서 미래의 활용에 대비하자는 의견에 공감은 가지만 청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발등의 불이다.

5번은 사업을 추진한다면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교통문제는 교통영향평가 등을 통해 충분히 해법을 만들어 추진해야 하니 약간 앞선 걱정인 듯하다. 또한 이 부지에 사업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충분한 주차공간을 조성하여 공공주차장으로 활용한다면 인근의 주차난에도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 과밀화 문제는 사업을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으로 한정한다면 별 문제가 안 될 것이다. 행복주택 자체가 거주기간이 6년 정도로 한정되어 그 동안 기반을 닦고 독립해 나가는 일종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니 취학연령의 아동은 거의 없게 되어 있다. 단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수요는 있을 것이니 사업의 내용에 넣으면 될 것이다.

6번의 내용이 혹 이 사업이 저소득층 주거단지가 되어 인근주민들과 갈등할 것에 대한 걱정이라면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이 고소득층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계속 저소득층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혹여 그렇다 해도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건 우리가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극복해야할 문제이다. 또한 젊은 계층이 지역에 많다는 것이 지역의 활력에 도움이 되었으면 됐지 나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마지막 7번의 의견이다. 어찌 보면 많은 분들이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여기 있는 것도 같다. 아무리 사업기획이 잘 되어 있다 해도 전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말짱 헛일이다. 주민 동의 없이 추진하다 넘어진 사업이 한둘인가? 지금부터라도 주민과 의회 및 시민단체, 전문가 집단 등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독단적으로 추진하다 무산되면 아니한 만 못할 것이다. 특히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의견도 잘 들어보시라. 그들이 원치 않는다면 사업은 필요가 없는 것이며, 그들이 절실히 원한다면 기성세대는 들어줘야 한다.

# 결론

순서대로 밟아가자.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차피 어렵다. 올해 안되면 내년에, 여기 이 땅에 안되면 대안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의 사업계획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공공주택정책을 포기하거나 퇴보시키면 안될 것이다. 길게 보고 꾸준히 추진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이슈에 대한 의견 개진들이 너무 비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건 즐겁게 토론해도 좋은 이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결론이 나도 제주도에 나쁠 게 없는 이슈 아닌가.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진행해서 좋은 결론에 다다르길 기대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김상언·담건축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