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0:07 (금)
“공부는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놀이는 삶 그 자체”
“공부는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놀이는 삶 그 자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9.06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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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놀이는 교육이다>
놀이에 주목한 사람들 <5> 교사놀이모임 ‘가위바위보’

“놀이를 통해 협력도 배우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도”

최대 장애물은 안전… 때문에 놀이시간 사라지기도-

“수동적이던 아이가 놀이를 통해 변하는 걸 실감”

 

교사들도 논다. 아니, 놀아야 한다. 교사들이 잘 놀아야 아이들 품에 들어가서 함께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지도할 수 있을지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잘 놀아야 하고, 잘 놀려고 하는 교사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놀이를 들어봤다.

▲ ‘놀이누리’에서 시작

놀이교육을 진행하는 '가위바위보' 교사들. © 미디어제주

지난달 22일이다. 이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놀면서 배우자는 기치를 내걸고 ‘희망여행 학습캠프’를 진행했다. 캠프는 학생들의 자존감을 끌어올려 배움의 즐거움을 주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초등학생 4학년부터 6학년까지 5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캠프는 “공부하라”며 학생들을 재촉하는 캠프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공부를 하고, 스스로를 더 가치 있게 느끼게 만들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자리였다.

방학이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캠프는 여럿 있다. 이런 저런 캠프를 여는 건 좋은데,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그날 캠프에 등장한 건 놀이였다. 캠프 주제도 ‘놀멍! 배우멍! 함께하는 희망여행’을 꺼내들었다. 놀이시간엔 잘 노는 교사들이 등장했다. 놀이교사모임인 ‘가위바위보’ 교사들이 학생 50명과 놀이난장을 꾸렸다.

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 도내 가위바위보 소속 교사는 정회원 14명이다. 여기를 거쳐 간 교사를 포함하면 50여명이 된다. 이들은 학기중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만남을 가진다.

교사들이 놀이에 뛰어든 건 단순히 놀이 때문은 아니었다. 교과연구를 하면서 거기에 놀이를 접목시킨다는 이유도 있다. 도내 교사들이 전국 교사놀이모임인 가위바위보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1999년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제주도는 ‘가위바위보’가 아닌 ‘놀이누리’라는 자체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다 2007년부터 제주에서도 ‘놀이누리’라는 이름을 벗고 ‘가위바위보’로 활동하고 있다. 좀 더 순수놀이에 다가가려는 의도에서였다.

▲ 교사들마다 놀이에 대한 생각은 달라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놀이의 관점은 너무 많아요. 선생님에 따라서 다르거든요. 순수놀이를 주창하는 분들도 있죠. 그와 달리 놀이를 통해 수업놀이를 연구하고, 학급의 관계맺기 차원에서 놀이를 배우려 하는 선생님도 있죠.”

제주에서 교사놀이모임이 태동될 때 활동했던 신찬엽 교사(삼양초)는 이런 점들을 강조했다. 그러나 놀이를 통해 협력을 배우고 아이들이 배려하게 된다는 건 모든 교사들이 느끼는 공통점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놀이 방법만 배우는 건 아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교사들이 역할이기도 하다. 때문에 매년 참교육 사례 발표를 하며 놀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가위바위보를 이끌고 있는 김형민 회장(새서귀초 교사)은 다음처럼 얘기한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변하는 걸 알게 되죠. 학습을 할 때는 수동적인 애가 놀이엔 적극 참여하기도 합니다. 놀이를 하면서 적극적인 표현을 하곤 하죠. 애들이 놀이부와 오락부를 이끄는데, 친구들에게 놀이를 소개하기도 하고 자기가 알아온 놀이를 적용해보기도 합니다.”

'가위바위보' 놀이교사모임 일원인 양준혁 교사가 학생들을 놀이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잘 노는 게 중요하고,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교사들이야 오죽할까. 그런데 놀이엔 곳곳에 장애물이 있다. 신찬엽 교사는 ‘안전’을 하나의 장애물로 꼽았다.

“애들에게 놀 시간을 마련하자고 중간 놀이시간을 만들기도 하죠. 문제는 ‘안전사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죠. 어떤 학교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중간 놀이시간이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햇빛놀이시간을 확보하려 해도 안전 때문에 반대에 부딪히기도 해요. 놀이시간을 더 확보하면, 안전이 결국은 교사의 업무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안전은 그야말로 딜레마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은 학교의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예전 수요일은 자유놀이시간을 마음껏 활용하기도 했으나 없애는 학교들도 있다. 놀고 싶어도, 아이들을 마음껏 놀리고 싶어도 안전이 발목을 잡는, 그야말로 안전이 딜레마인 셈이다. 그래도 애들은 놀이를 좋아한다는 게 가위바위보를 이끄는 교사들의 생각이다. 김형민 교사는 애들이 이왕이면 주도적으로 놀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놀이는 자발성입니다. 처음엔 놀이를 짜주곤 하죠. 그런데 시간이 걸려요. 1년내내 꾸준히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놀이를 하지 않던 애들은 몸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죠. 오히려 애들은 (시중에서 파는) 카드게임이 더 익숙한데 그걸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해요.”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진짜 놀이는 덜 익숙한데다,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물론이다.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중요한 건 놀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공부와 놀이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김형민 교사의 얘기는 이렇다.

“애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공부는 순전히 너를 위해서 하는 것이고, 놀이는 삶이라고요. 그러면서 놀이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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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인스턴트, 놀이는 몸에 좋은 음식”

[인터뷰] 12년째 놀이에 빠져사는 대학생 새내기 양성욱씨 

놀이를 하면서 대학생이 된 양성욱씨. © 미디어제주

교단에 서는 게 꿈이다. 어쩌면 놀이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꾼다. 실제로 그 자신이 놀이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학 1학년인 양성욱씨.

“초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엄마가 여행 비슷하게 가자고 하더라고요.”

엄마랑 간 곳은 ㈔놀이하는사람들 연수였다. 그 전까지는 동네에서 한두명 친구랑 노는 게 다였는데, 엄마랑 놀러간 그 자리는 다양한 놀이를 배우고 즐기는 곳이었다. 그런 놀이는 많은 걸 줬다.

“딱지를 하는데 또래를 다 이겼어요. 그런데 (놀이를 함께 한) 선생님이랑 하다가 져서 다 잃었어요. 펑펑 울었죠. 그때 남의 것을 뺏는 게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았죠. 놀이를 통해 상대 기분을 배려하는 걸 그때부터 알았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상대를 배려하는 걸 알게 됐다는 양성욱씨. 이후 줄곧 놀이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놀았다. 그 틈에서 놀면서 상대와의 관계를 자연스레 알게 됐다.

“다른 애들은 오락실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저는 운동장에서 뛰놀고 교실에서도 딱지를 하곤 했어요. 가까운 친구들이랑은 늘 그렇게 놀았어요.”

양씨는 그렇게 12년을 놀았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놀이는 과연 뭘까.

“놀이요? 배우는 게 있어요. 배려도 있고, 놀이는 잘 하지 못하더라도 다 같이 놀 수 있어요. 아마 다들 놀이를 하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도 사라질 걸요.”

대학생이 된 첫해. 대학생들은 어떻게 놀까? 그런 의문에 대한 답도 그는 해준다. 애들처럼, 아니 아이들보다 더 즐겁게 놀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술래잡기를 한 경험도 털어놓았다. 놀이에 대한 애정은 그를 여름방학 중에도 놀이로 불러들였다. 대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맞은 여름방학. 그는 공동육아 계절학교 놀이선생으로 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어느새 놀이 전도사가 됐다.

“놀아본 사람이 더 잘 놀아요. 요즘 애들은 놀 시간이 없는데, 짧은 시간이라도 놀게 해줘야 해요. 놀이에 많이 노출이 돼야 해요. 게임을 음식에 비유하면 인스턴트이고, 우리가 노는 건 그 순간은 모르지만 바로 건강음식이죠. 그러려면 부모들이 집에서 함께 놀야줘야 해요.”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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