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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싸구려 관광지로 만드는 개발주의에 맞서달라”
“제주를 싸구려 관광지로 만드는 개발주의에 맞서달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7.25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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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발대식 … 성산주민 500여명 운집
“지역 이기주의 여론 호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 결의문 채택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이 25일 오전 성산읍사무소 주차장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린 25일 오전 9시.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주차장에 제2공항 반대 메시지가 적힌 깃발을 단 차량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발표 이후 각 마을 단위로 구성돼 있던 비상대책위원회가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발대식을 갖는 자리였다.

이날 트럭 300여대를 몰고 성산읍사무소 앞에 집결한 수산1리, 난산리, 신산리 등 주민 500여명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발대식에서 한 목소리로 제2공항 반대 구호를 외치며 일방적인 제2공항 입지 선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반대대책위는 이날 강원보 집행위원장이 발표한 발대식에 따른 성명을 통해 “우리 삶의 터전에 공항을 짓기 위해 한 줌의 흙도 내줄 수 없으며, 종이비행기조차도 날릴 수 없음을 성산읍 반대위 이름으로 천명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책위는 제2공항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이 대규모 개발사업 용역에서 필수적인 ‘주민 수용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고 나섰다.

이에 대책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차는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명, 절차가 정의로워야 결과도 정의로울 수 있다”면서 “성산읍 반대위 활동은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는 활동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또 이번 제2공항 임지 선정과정이 지역주민과 상의하지 않고 극비리에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성주 사드 배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석공항 측으로부터 받은 기상 데이터를 인용하면서 용역 보고서에서는 성산기상대 자료를 인용했다고 허위 내용으로 저작했다는 점, 연구 용역 총괄기관이 대한항공 소유 일가와 대한항공 대표 및 부회장 등 다수 임원이 이사를 맡고 있는 학교 재단 소속의 한국항공대 산학협력단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이번 용역은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위배했으며, 이해관계자의 연구 참여를 배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 윤리위에도 위배되므로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대책위는 “제주 환경을 보호하고 관광 분야에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려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 전환돼야 함에도 제주는 외국자본이 합세한 거대 자본의 상륙을 막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주도민이 나서서 싸구려 관광지를 만들기 위한 개발주의에 맞서 우리의 도도한 가치와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나서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이 땅의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 기본권을 기득권의 개발이익 선점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로 여론을 호도하는 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등의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이 25일 오전 성산읍사무소 주차장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다음은 결의문 전문.

제2공항 반대 결의문

지난해 11월 10일 기습적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발표 이후 제주자치도 행정은 성산지구 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 땅이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 모두 무력감과 참담한 심정이 분노로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뽑아준 국가 권력과 지방권력이 자본권력의 탐욕 앞에 우리 성산읍 주민에게 끝없는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성산읍을 둘러싼 바다와 비옥하진 못하지만 우리의 노력에 어머니같이 보답해줘온 들판 여기에 이웃사촌과 마을의 훈훈한 인정,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를 이제 와서 송두리째 공항활주로 아스콘 아래 꽁꽁 묻어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력감, 참담함을 넘어 분노하고 행동하려고 합니다.

주인인 우리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주민의 뜻보다 개발폭력을 주인으로 모시는 저 오만하고 탐욕스런 지방정부를 반드시 제자리에 갖다 놓겠습니다.

우리의 기본적이고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 질 때까지 분연히 맞서 싸워나갈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하나. 이 땅이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의 기본권을 기득권 개발이익 선점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로 여론을 호도하는 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한다.

하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정부기관과 원도정의 제2공항 입지선정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

하나. 공정성, 중립성이 훼손된 부실용역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원도정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

하나. 쓰레기대란, 교통지옥, 물부족, 농촌경제 붕괴, 환경 파괴는 안중에 없고 개발에만 목멘 원도정과 공직사회를 규탄한다.

하나. 부실 투성이 엉터리 용역을 기초로 진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우리는 정당하고 간절한 제2공항입지 원점 재검토가 관철될 때가지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

2016. 7 .25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이 25일 오전 성산읍사무소 주차장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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