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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법에 규정된 곶자왈, 새로운 개념 정립 의견 쏟아져
제주특별법에 규정된 곶자왈, 새로운 개념 정립 의견 쏟아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6.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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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공유화재단-곶자왈사람들 공동주최 ‘곶자왈의 정의 정립을 위한 심포지엄’
 

곶자왈. 지난 2014년 4월 처음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를 통해 처음 정의가 내려진 뒤 지난해 12월 드디어 제주특별법 조항에도 ‘곶자왈’이라는 용어가 소개됐다.

특별법 제354조의 곶자왈 보전 조항에서는 ‘국가 또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으로 곶자왈을 소개하고 있다.

순서로만 따지자면 조례에서 먼저 규정해놓은 곶자왈의 정의를 특별법에 그대로 옮겨놓게 된 것이다.

오랜 노력 끝에 곶자왈의 정의가 법제화됐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곶자왈과 곶자왈이 아닌 곳의 경계가 모호하다.

여전히 개발사업자와 도내 환경단체들 사이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사안 중 하나가 사업부지가 곶자왈인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4일 오후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리는 ‘곶자왈의 정의(定義) 정립’ 학술심포지엄이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원을 따져 곶자왈의 의미를 해석한 오창명 제주국제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제주어를 적을 때는 ‘곶자왈’이 아닌 ‘곳자왈’로 현실 발음에 맞게 적어야 한다”면서 ‘바닥 또는 지하에 돌들이 얼기설기 박히거나 널부러져 있으면서 숲이나 수풀같이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지고 풀, 나무, 덩굴 따위가 한데 엉켜 있는 곳’ 정도로 할 것을 제안했다.

‘제주도 곶자왈지대의 지질학적 해석’을 주제로 발표한 고기원 제주도개발공사 지역가치연구팀장은 “곶자왈 지대는 암괴와 숲이라는 2가지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지대”라며 ‘숲’이라는 점에서 보면 곶자왈을 구성하는 암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제주도 곶자왈 지대가 유네스코 등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화산지대와의 비교연구를 통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지질학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잠재된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이 수립,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 송시태 박사(함덕중 교사)는 “최근 여러 논문 등을 통해 내려진 정의를 보면 곶자왈은 숲이나 덤불을 포함한는 식생지대이며 지질지형 특성으로는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크고 작은 암괴지대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초로 자신의 논문에서 ‘곶자왈’이라는 용어를 쓴 그는 “어원과 정의를 둘러싼 논란은 있지만 이미 곶자왈은 생명력을 얻은 언어로 제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용어”라며 “어떤 이에게는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제주어가 바다와 바람과 돌이 만든 문화와 느김을 가장 잘 전달하는 언어이듯 곶자왈은 제주만이 갖는 화산용암 식생지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제주어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윤용택 제주대 교수는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면서 다양한 식생을 가진 용암지대의 숲을 잘 보전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곶자왈의 정의를 좀 더 폭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곶자왈로 규정한 곳 외에도 용암지대 위에 형성된 울창한 숲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곶자왈을 재정의해 범위와 경계를 재규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대신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연구사도 “곶자왈은 암괴상 용암류(파호이호이 및 아아용암)가 지표에 드러난 지역으로 고유한 흐름을 가지고 있고 그 내부에는 붕괴도랑 등 곶자왈 특유의 지형이 형성돼 독특한 수림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면서 ‘오름에서 발원해 흐름을 가진 암괴상 용암류 위에 형성된 숲’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웅산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연구사는 앞선 연구자들과 달리 곶자왈 지역이 공통적으로 토양이 빈약하다는 점에 주목, 곶자왈 용암류의 젊은 연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그는 곶자왈 생성 모식도를 제시하면서 “곶자왈은 파호이호이, 아아 같은 용암의 지표적 특징에 관계 없이 1만년 이내의 매우 젊은 용암류상에 형성된 것”으로, 이는 송시태 박사의 연구에 기재된 ‘탐라층’과 자신의 연구에서 ‘곶자왈 하부에 놓이는 지표 퇴적물 혹은 탐라층으로 기재된 일부 퇴적층은 곶자왈을 이루는 매우 젊은 용암류에 의해 피복된 고토양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 해석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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