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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실종 시대, 부활의 해법은 '자본으로부터의 해방'
언론 실종 시대, 부활의 해법은 '자본으로부터의 해방'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4.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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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서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초청강연
“재벌에 예속된 언론의 경영 구조 타파해야…독립성 회복이 관건”
28일 오후 5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언론 비평지 ‘미디어 오늘’의 신학림 대표가 강사로 나서 ‘급변하는 언론환경과 지역 인터넷 신문의 역할’에 강연을 펼쳤다.

언론이 ‘기레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시대다.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투철한 기자 정신과 전문성 없이 발기사를 남발하는 그릇된 언론의 행태를 꼬집는 표현이다.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문제다. 언론 정신의 실종은 곧 국가 기능 마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8일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는 언론 비평지 ‘미디어 오늘’ 신학림 대표를 초청해 ‘급변하는 언론환경과 지역 인터넷 신문의 역할’에 특강을 마련했다.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에는 미디어제주, 제주의소리, 헤드라인 제주, 시사제주, 제이누리, 제주도민일보 등 협회 소속 기자들과 언론인 지망생, 독자들이 참여, 평소 궁금했던 사항을 강사에게 질문하는 문답식 강의로 이뤄졌다.

신학림 대표는 1984년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으로, 코리아타임스 부국장을 거쳐 언론노조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날 신 대표는 언론의 변천사와 현주소, 참언론인의 역할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쏟아냈다.

홍석준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장(미디어제주 사회경제팀장)은 강연에 앞서 “지역 언론인들이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강연을 마련했다”면서 “언론을 향해 가장 쓴소리를 해주실 분을 분”이라고 신 대표를 소개하며 정중히 강의를 청했다.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언론사의 경영 구조, 그 불편한 진실…대한민국 언론은 죽었다

지역 언론의 열악한 경영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타개책을 알려달라는 첫 질문에 대해 신학림 대표는 (먼저 기자 지망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어차피 알게 될 것을 미리 아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언론사의 구조적 병폐를 지적했다.

신학림 대표는 “15년에서 20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구인광고’가 신문의 수입원이었다. 그 뒤 무료 신문이 작은 광고를 쓸어가면서 기업의 의미지 광고가 주를 이루게 됐다. 현재 서울의 일간지는 3~4개 분야가 광고를 독식하는 구조다. 전자 IT, 아파트 분양, 자동차”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은 알고 있다. 대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싣게 되면 자신의 상여금 200%가 깎인다는 것을. 그 결과 광고주의 눈치를 보며 기자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재벌 기업에 예속된 언론의 보도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노동개혁 4법 등 정부와 기업의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는 언론 역시 그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학림 대표는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죽었다. 죽은지 상당히 오래됐다”면서 “언론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리면서 마지막 양심까지 눈감고 있다”고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독립 언론은 가능한가? 각각의 시민은 언론!

블로그, 페북, 팟캐스트 등의 신미디어 등장에 대해서 신학림 대표는 “새로운 형식의 저널리즘”이라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과 이회창이 붙었다. 결과는 노무현의 당선이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오마이뉴스가 조선일보를 이겼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중동 보수신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회창 후보가 그보다 10분의 1, 100분의 1 규모인 오마이뉴스와 노무현 후보에게 참패한 상황을 빗댄 것. 당시 오마이뉴스는 ‘모든 기자는 기자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범, 기존 언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신학림 대표는 “2012년 대선 이후 언론의 개념이 바뀌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각각의 시민은 언론’인 시대가 됐다. 진짜 언론은 이미 시민으로 넘어간지 오래”라면서 “결국 언론의 역할은 국민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깊이 있게 제공하느냐의 문제”라고 진단, ‘언론의 독립성’ 회복이 제1과제임을 피력했다.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폐셜리스트는 없다

위기의 언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신학림 대표는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는 방식을 교체해 ‘진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1977년과 1997년의 정보처리비용을 비교하면 그 수치가 100만 분의 1로 감소했다. 이제 정보는 공짜인 세상”이라면서 “2030년이 오면 지금의 스펙은 무용지물이 된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선언하며 두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과거 모든 분야에 있어 두루 지식을 갖춘 ‘something about everything’의 개념이 아닌 ‘everything about something’ 즉 특정한 분야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전문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전자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면 후자는 ‘스폐셜리스트(specialist)’다. 신학림 대표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는 상태로 특정한 분야를 파고 들어가야 진짜 전문가다.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는 없는 것”이라면서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의 축적을 강조했다.

'언론은 죽었다'는 양심 선언으로 진정한 언론의 부활을 꿈꾸는 신학림 대표. 그의 해법은 재벌 기업에 예속된 자본 시스템을 벗어나 언론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기자 스스로 ‘전문가’의 소양을 갖추는 일이다. 언제까지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눈감은 양심을 되찾아야 할 때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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