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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지역사회가 아끼던 제주형자율학교의 향수
학생·학부모·지역사회가 아끼던 제주형자율학교의 향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04.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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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정책자문위원
강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정책자문위원

시간이 흘러 사람도 바뀌면 으레 바뀌어야 한다는 게 요즘의 대세인가 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에게 연락하려면 공중전화 앞에서 기다렸던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휴대폰 시대로 그런 풍경은 찾아볼 수 없고 아련한 향수로 흘러가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또 새로워야 비전이 있고 지난 것은 보잘 것 없이 버려지는 착각의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의 심성이 그런지 누군가가 했던 일과 업적에 대해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무조건 바꿔보자는 게 요즘 세상인 것 같다. 이를 대변한 변화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를 장식하고 있다. 참 좋은 이름이다. 허나 이름에 걸맞게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아주 몇몇에 불과하다. 이렇게 이 사회에 참된 가치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것조차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허상에 재물이 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이 그렇게도 좋단 말인가? 요즘 날뛰는 변화와 혁신은 망상과 착각을 함유한 착시현상에 불과한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착시현상 앞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것이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탄생한 ‘제주형자율학교’이다. 제주형자율학교는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유례없는 공교육의 변화와 글로벌 교육경쟁을 견인했던 학교다. 그 어느 광역시·도에서도 할 수 없는 「제주특별법」으로 제주만의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를 부여 받은 학교였던 것이다. 그래서 학생‧학부모‧지역사회 모두가 애지중지 했고, 주변 학교들이 부러워했던 학교다. 더 나아가 다른 시‧도에서는 제주형자율학교를 벤치마킹하여 그 지역 학교와 교육과정을 선도하겠다는 혁신학교가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했던 명품 제주형자율학교가 8년이란 짧은 생을 마감하며 저 멀리 사라지는 모습에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이 모두 요즘 부르짖는 변화와 혁신의 재물로 소위 혁신학교(다혼디배움학교)에 희생양이 된 것이다. 어찌 슬퍼하지 않으랴! 이를 지키지 못한 죄인은 아닌가? 그 언젠가 역사는 답하리라 본다.

필자의 즉답은 제주형자율학교는 지금 ‘자유학기제, 창의‧인성교육, 진로교육, 예능교육’을 모두 품수함과 동시에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에 준하는 학교운영과 교육과정을 할 수 있는 학교인 것이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제주특별법」 에 주어진 특례를 온전히 적용하지 못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형자율학교는 혁신학교의 어머니고, 공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불러일으킨 아버지다.

저만치 가물가물 멀어져 가지만 제주형자율학교를 경험한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에는 그 애틋한 그리움이 향수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아마도 다시 부활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교육이란 어느 한 지도자의 권력과 가치철학에 의해 널뛰기해서는 안 된다. 교육만큼은 만인의 것으로 연속성의 생명이다. 왜 제주형자율학교가 혁신학교 앞에 한마디 항변도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하나!

작은 학교를 살리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바라고, 대한민국 공교육을 새롭게 조명한 명품 제주형자율학교가 비참하게 퇴출되어야 하는가? 다시금 고민해보자. 진정한 변화와 혁신은 다수가 함께 할 때 영원한 것이다. 진정한 참교육을 하려면 진영논리나 자기중적 가치관의 옹고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금 교육은 백년대계임에 유념하며 무조건 바뀜 지혜에서 멈춤의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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