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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에현 타키마을에는 ‘요상한’ 공장이 있다
일본 미에현 타키마을에는 ‘요상한’ 공장이 있다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3.03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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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도시재생이다] <2>반쿄제약회사의 기사회생 성공스토리
‘피규어수집→박물관→오타코스 축제’…'함께 잘사는 마을' 만들기
일본 미에현 타키군 타키 마을의 '반쿄 제약회사' 전경

#일본 미에현 타키 마을의 ‘요상한’ 공장. 그 정체는?

일본 미에현 타키군 타키마을에는 얼핏 보면 일반적인 사옥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쉽사리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요상한’ 공장이 있다.

입장료 600엔(약6500원)을 내면 10000여점의 피규어(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모형 장난감)가 빼곡히 쌓인 전시실 2개관과 코스프레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박물관’ 투어 혜택이 주어진다.

일본내 최대 규모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반쿄 피규어 박물관’은 2014년 4월 개장 후 연간 1만 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온다. 단, 회사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입장료가 공짜. 사실 ‘반쿄’사는 130명의 사원으로 연매출 25억엔(약268억)을 기록 중인 ‘제약회사’다.

반쿄제약회사의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마츠우라 노부오 씨(松浦信男·56)는 “국내 70개 회사에 300개 종류, 연간 2000만개의 스킨케어 제품을 생산 중이며 주로 자연화장품과 연고 제품을 일본 전역에 납품하고 있다. 한국에도 약품을 수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요상한 공장의 탄생은 1995년 일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한신‧아와이 대지진(고베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대지진으로 고베에 있던 사옥이 완전히 무너졌다. 또 수집 중이던 피규어도 전부 소실됐다. 1996년에 이곳 타키마을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한 후 피규어 수집은 물론 잃어버린 회사까지 모두 재생시켰다”고 밝혔다.

인구 1만5000여명의 작은 시골 마을에 제4공장을 지은 후 매출은 70배로 증가했다. 또 현재까지도 매년 10%의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그가 재생시킨건 회사만이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제약회사에 피규어 박물관을 개장한 진짜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반쿄제약회사의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약20여년간 10000여점의 피규어를 수집, 2014년 4월 자신의 제약회사에 피규어 매니아를 위한 '피규어 박물관'을 개장했다.

#소멸 위기 지자체 지정, 미에현 남부…‘타키마을을 살려라’

타키마을은 지난 20년간 공업 유치, 산업진흥, 농업개발 등 마을 만들기 사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이 속한 미에현 남부는 소멸 위기 지자체로 지정된 상태다.

아울러 2018년에는 타키마을 인접지역에 ‘아쿠아 이그니스’라는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타키마을 상권도 위협을 받고 있다.

타키마을 상공회와 관광협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개인 소장품이었던 피규어를 활용, ‘새로운 관광개발’이라는 출로를 찾아냈다.

이와 함께 피규어 매니아들이 코스프레를 즐긴다는 정보를 입수해 2011년 1월 이곳 타키시에서 코스프레이어들을 위한 ‘오타코스(OTACOS)’ 축제를 개막, 대성황을 이뤘다.

피규어 박물관 내에는 피규어와 함께 코스프레 촬영이 가능한 전문 스튜디오가 설치돼있다.

#‘코스프레 메카’로 거듭난 타키 마을…“모두 함께 잘살기”

타키 마을은 세계 최초로 ‘로케이션 코스프레’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단순한 퍼레이드로는 만족을 할 수 없는 코스프레이어들의 욕구에 맞춰 학교, 체육관, 운동장 등 공공시설을 개방, 마을 전체를 그들의 세트장으로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400명에 그치던 관광객 수는 2015년 11월 4차 대회에 이르로서는 10000여명을 육박했다. 또한 코스프레 참가자들은 SNS를 통해 타키마을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무료관광대사’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어 ‘오타코스’ 축제는 향후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실무담당자인 나카타니 사무국장은 “일본 내에서도 코스프레이어들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대부분 손님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우리처럼 그들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는 축제가 없다. 우리는 그들을 예술가로 대우하고 있다”고 평했다.

현재 4회까지 개최된 '오타코스' 축제. 코스프레이어들이 자신의 컨셉에 맞는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축제 기간동안 마을의 공공시설을 개방,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사회적 소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더욱 놀라운 일은 매니아를 겨냥한 그들만의 축제가 일본 자국 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주민 참여'가 바탕이 된 '모두의 축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축제가 거듭될수록 기업은 적자가 발생하지만 코스프레이어들과 그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그것으로 이 축제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반쿄(万協製)는 ‘모두가 협력해서 좋은 일을 한다’는 뜻.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지속’에 그치지 않고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성장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잘사는 마을' 속에 답이 있다.

피규어 박물관 내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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