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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이어온 평화 군홧발로 짓밟은 죗값 어떻게 갚을 거냐”
“수천년 이어온 평화 군홧발로 짓밟은 죗값 어떻게 갚을 거냐”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2.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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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26일 민군복합항 준공식에 맞서 ‘생명평화문화마을’ 재선포
강정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에 맞춰 강정평화센터 앞에 설치된 대형 장승의 모습. ⓒ홍석준 기자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식이 열린 26일, 강정마을회가 ‘생명평화문화마을’임을 다시 선포하는 행사를 가졌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원희룡 지사를 비롯한 제주 지역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준공식에 맞서 지난 2007년 11월 생명평화마을을 선포한 지 8년여만에 다시 강정마을을 ‘생명평화문화마을’로 선포한 것이다.

해군기자 공사장 정문 앞 충혼비 인근에서 장승 제막식을 가진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강정마을회는 ‘생명평화마을 강정 선언문’을 통해 “정부와 해군은 끝내 강정주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위선과 폭력으로 점철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했고, 제주도정은 이를 방관하거나 스스로 도민의 편임을 저버리는 행위에 가담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을회는 “그리고 오늘, 가식적 명칭인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식이 황교안 국무총리 참석으로 진행되려 하고 있다”면서 “안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을 강대국 패권 경쟁의 제물로 만들 뿐이며, 스스로가 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뿐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관광미항’이라는 명칭이 단지 중국의 비난을 피해보고자 하는 면피용 수식어일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민군복합항 준공식이 열렸지만 당초 약속과는 달리 15만톤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한 부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짜리 준공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강정마을회는 “오늘 우리는 제주해군기지 준공을 엄히 꾸짖으며, 다시 한 번 ‘생명평화마을 강정’을 ‘생명평화문화마을 강정’으로 재선포하려 한다”면서 “강정은 해군기지 마을이 될 수 없다. 앞으로도 강정은 생명과 평화의 문화가 넘실거리는 마을로 살아갈 것이며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의 고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마을회는 최근 해군기지 정문 진입도로 공사 과정에서 신석기시대 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점을 들어 “문자로 기록된 강정마을의 기록은 불과 450년이지만, 사실은 아득한 고대부터 이곳에 촌락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수천년을 이어온 평화를 더러운 군홧발로 짓밟은 죗값을 어떻게 갚을 수 있겠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날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가진 이유에 대해 마을회는 “생명과 평화의 상징인 구럼비를 온전히 돌려받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마을회는 이에 대해 “지구를 살아있게 만든 생명의 강인함과 끈질김을 믿기에, 구럼비 바위는 비록 콘크리트에 묻혀 있다 해도 반드시 생명을 잉태하여 다시 돌아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구럼비가 돌아오는 그날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맞이하기 위해 천명이 다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 모였음을 밝혔다.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왼쪽에서 두번째)가 생명평화문화마을 선언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석준 기자

회견에 앞서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준공식을 갖고 있는 해군은 결국 얻을 것을 다 얻어놓고도 여전히 주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새해를 맞이해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을 초청, 군함에 태워 마라도를 돌아보고 올 수 있게 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여전히 주민들을 갈등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조 회장은 “5년이든 10년이든 해군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마을 주민들의 적개심도 잊혀지지 않겠느냐”면서 “그 적개심이 누그러지면 상생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해군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해군기지를 확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에 맞춰 대형 장승을 제작하는 일을 주도해왔던 문정현 신부도 “해군기지가 다 지어졌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질 수 있겠느냐. 사기와 거짓말로 감춰진 것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라면서 “처음부터 주민들을 속이고 공권력을 투입해가면서 진행된 해군기지의 감춰진 진실이 반드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장승 제작 전문가들이 제작에 참여한 대형 장승은 모두 3기가 제작돼 1기는 이날 충혼비 옆에 설치돼 제막식을 가졌고 2기는 강정평화센터 앞에 설치돼 있다.

강정마을회가 제주민군복합항 준공식이 열린 26일 강정마을을 생명평화문화마을로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석준 기자
제주해군기지전대 정문 앞에서 풍물패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홍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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