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와 천막에서 온몸으로 부딪친 '교실 밖 세상 이야기' 인터뷰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사)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그날도 영전강사들은 도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비정규직 교육공무직 노동자인 그들은 ‘고용불안 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후 해가 바뀌었다. 아직도 그들은 도교육청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글귀가 바뀌었다. ‘고용불안’ 대신 ‘고용안정 쟁취’, ‘처우개선’ 대신 ‘해고는 살인’이라는 피켓이 세워졌다. 구호를 재창하는 강사들의 목소리에는 결연한 의지가 실렸다.
“학교 다닐 때 데모하는 친구들을 보면 ‘공부 안하고 왜 저런 짓이나 할까’ 속으로 그랬어요. 처음에는 ‘투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학생들이 알까봐 두렵기도 했구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학생들이 선생님 힘내시라고 응원의 문자를 보내기도 해요."
지금 그녀들은 투쟁 중이다. 오늘로 제주도교육청 앞 천막농성 19일째.
이 싸움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겨울방학식 직후 제주도교육청이 각 학교로 보낸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 신규채용 지양’ 공문이었다. 전국 최초로 시도된 도교육청의 영전강사 집단 해고 방침은 꼬박 한달 동안 제주교육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1년 단위로 최대 4년까지 계약이 가능한 영전강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영어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현재까지 제주도에서는 119명의 강사가 활동 중이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의 공문 발송 후 이미 각 학교별로 영전강사 감원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 교육청은 ‘교사 일원화’와 ‘공교육 정상화’를 이유로 영전강을 폐지하겠다는 건데 교육위원회 의원들도 그 명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요. 최소한 성과분석 자료라도 제시했어야죠. 만약 저희가 공교육에 도움이 안됐다면 교육청 지침 전에 스스로 학교를 떠났을 겁니다.”
이들 중에는 영어교사자격증을 소지, 기간제 교사 경력을 가진 강사들도 많다. 그때에도 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했다. 영전강사는 4년의 기간이 보장됐다. 3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교육장에서 만난 장학사로부터 ‘무기계약 전환도 가능할테니 열심히 해보시라’고 격려도 받았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영전강 4기 채용부터 교육청이 아닌 각 학교에서 시험이 치러졌다. 사용자도 교육감이 아닌 학교장이 됐다. 교육공무직이라고 하지만 맞춤형 복지비, 명절휴가비, 교통비는 물론 급식비조차 지원이 되지 않았다.
“기본급만 따졌을 때에는 적지 않은 금액일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수당이 없거든요. 7년간 단 한번 임금이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떨어진 셈이죠. 수업은 물론이고 업무 지원과 시험 출제까지 다 저희 몫이에요. 물론 불만은 없어요. 다만 고용불안만 해소되길 바랐던 건데….”
지난해 12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영전강 사용자는 교육감이며 4년 이상 근무한 영전강은 무기계약직과 마찬가지이므로 영전강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교육감의 직접 고용과 무기계약직 전환 등 고용안정대책 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방침으로 영전강사들의 단계적 해고 지침을 내린 상태다. 물론 그 사이 당사자들과의 어떠한 협의나 소통의 시도조차 없었다. 또한 공문 철회는 있을 수 없다며 아직까지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저희가 뽑은 교육감이니까 단 한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처음에는 제 밥그릇 때문에 나왔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저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약자들, 심지어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까지 떠오르더라구요. 고생보다 감사의 마음이 차오를 때가 많아요.”
교실이 아닌 거리에서 더 큰 세상을 배우고 있다는 영전강사들. 2월이다. 개학이 시작됐고 명절도 임박했다. 이제는 기다리는 학생들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지만 ‘예비 해고자’인 그들에게는 마음 편히 돌아갈 일터와 가정이 없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시리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금은 이미 영전강들이 공교육에서 영어 수업을 한지 6년이 넘은 상황에서
집단 해고와 이어지는 상황이고, 이 분들이 기여한 공로도 있기 때문에
해고에 찬성하는 의견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아요.
학교 현장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황당해 하는 반응도 꽤 많거든요.
영전강 119명 빠지는 자리를 대체해 주는 인력을 교육청에서 따로 보내주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담임 교사를 포함한 정교사가
안 그래도 할 일 무지 많은데
영어 수업도 추가로 하고, 영어 관련 업무도 다 보라는 게 교육청의 방침이거든요.
교사들이 영어 교육을 할 환경이 다 조성되었다면서요.
1월 20일자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동영상과 회의록을 살펴 봐 주세요.
무슨 청문회처럼
교육위원님들이 하시는 질의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어물어물하고 있는
교육청 관계자들의 얼굴을 직접 보실 꺼예요.
이게 신랄한 제주도 영어 교육의 현주소라니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