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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VS노조… ‘칼바람’에 갈라선 깃발
도교육청VS노조… ‘칼바람’에 갈라선 깃발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1.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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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도교육청 앞 ‘영전강 집단 해고 철회 요구’ 결의대회
양지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내 직을 걸고 싸우겠다” 작심 발언
13일 저녁 제주도교육청 앞 정문에는 '영전강 폐지'와 '폐지 철회'로 맞붙은 도교육청과 노총의 엇갈린 깃발이 칼바람에 나부꼈다.

그야말로 칼바람이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눈발이 분분하게 흩날리는 저녁, 도교육청 정문을 사이에 두고 ‘도교육청VS노총’의 팽팽한 깃발 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한때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 의기투합했던 ‘동지’였다.

13일 저녁 5시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본부·전국교육공무직본부·제주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 소속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영전강 집단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30일 도교육청은 영전강 신규채용 ‘지양’ 방침에 관한 공문을 각 학교에 일괄 발송했다. 이에 영전강 제도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며 제주 영전강 소속 119명의 강사는 2019년까지 단계적 해고에 들어간다. 영전강 제도 폐지는 제주도가 최초이며 유일하다.

김용섭 공공운수노조 제주본부 비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영전강 폐지는 119명 강사들의 생존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는 반민주적 행위”라며 “명분도 없고 대안도 없고 대화와 타협도 없는 폐지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후 이태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의 투쟁사가 이어졌다.

이태의 본부장은 “누리과정의 직접적인 피해에 비정규직이 먼저 당했다. 정부의 돈장난을 가장 힘없고 제일 약한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도교육청을 어느 누가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은 “제주도는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최초로 도입한 지역이다. 이것은 교육감 혼자 한 일이 아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성과다.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교육의 자치, 민주주의의 자치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본부·전국교육공무직본부·제주 영어회화전문강사 소속 100여명은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영전강 집단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특히 양지호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이번 싸움에 내 직을 걸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양 본부장은 “칼바람에 정신이 바짝 들지 않냐. 혼이 빠지는 순간 우리는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다. 투쟁하기 딱 좋은 날”이라며 차디찬 바닥에서 온 몸을 떨고 앉아있는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이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 너무 아프다. 전임 교육감이었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지역본부가 더디게 대응해서 죄송스럽다.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119명이 소속된 영전강 단체 강사들은 '영전강 폐지'는 곧 '생존권 박탈'이라며 도교육청과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석문 교육감의 전교조 제주지부장 시절, 양지호 제주본부장은 동지로서 함께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했고 진보 교육감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누구보다 앞장서왔던 인물이다.

양지호 제주본부장은 “해고자 동지로서 묻겠다. 과연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해고’라는 말대신 ‘기간만료’라고 바꿔 말하면 뭐가 달라지나? 좀 편해지는가?”라고 반문하며 “전교조지부장을 역임했던 진보교육감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직접 듣고 판단하겠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내 직을 걸겠다”고 전면 승부를 예고했다.

오는 15일 민주노총 제주본부를 비롯한 4대 노조 대표들은 이석문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 자리에서 영전강 폐지에 관한 교육감의 입장을 듣고 후속 대책 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어 현장 강사들이 이석문 교육감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도교육청 집단해고 방침의 문제점 규탄 및 강력한 투쟁의지를 표현한 현장투쟁발언과 결의문 낭독, 저항 퍼포먼스 등의 식순이 이어졌다.

대회가 마무리 될 때까지 도교육청 앞에서 휘날리던 깃발들은 더 세차게 나부꼈다. 펄럭이는 깃발들 사이로 ‘배려와 협력’이라는 도교육청의 기치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제주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영전강 제도 폐지안을 발표, 전국 4500명이 소속된 영전강 집단해고에 제주도교육청이 앞장서고 있다는 강력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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