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열린 건국절 행사에서 불려진 노래 가사 중 제주4.3을 ‘반란’으로 규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보수단체들이 나서 건국절 제정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로 알려진 김정환씨가 8일 ‘건국절 기념식? 어린이합창단 노래가사 충격’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와 유투브 등에 올린 영상은 지난달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건국절 기념행사 장면이 담겨 있다.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조명철 국회의원,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어린이합창단이 부른 노래 가사였다. ‘한국을 빛낸 100의 위인들’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른 이 노래 가사 내용을 보자.
1948 4.3사건 제주 인민 유격대
총지휘자 남로당의 김달삼
2대 사령관 이덕구 정부에 선전포고
5.10 단독선거 반대 반국가적 반란
1948 5.10선거 대통령 이승만
1948 11월 17일 제주계엄령 선포
그러나 남로당 국방경비대 침투
여수 14연대 제주 진압 명령 거부
1948 10월 19일 여수 14연대 반란
총지휘자 지창수, 김지희, 홍순석
5시간만에 반란은 성공
인민공화국 만세 외쳐댔다네
1948 4.3사건 제주 일대 계엄령
8일만인 27일 반란은 진압
10월 28일 여수 14연대 해체
반란군은 지리산 빨치산 됐네
제주 4.3을 남로당이 주도한 반국가적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의 희생은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제주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해 ‘8일만에 반란이 진압됐다’고 기술해놓고 있다.
이날 연단에 선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능케 한 이 나라 구조의 모든 얼개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에 대한 재평가가 오늘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 학생들이 부정적 사관으로 쓰여진 역사 교과서로 우리 현대사를 배우고 있는 것을 우리가 막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영상을 올린 김장환씨는 “청계광장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촬영했는데 어린이합창단의 축하무대를 보고 충격받았다”며 “사회자가 역사 노래라면서 4살짜리 어린이도 있다고 말했는데 지적 판단력이 없는 아이들이 이 가사 외우려고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토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회자의 주도로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자”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어린이합창단은 합창 말미에 거수경례를 하면서 ‘건국’이라는 구호를 붙여 보수단체의 ‘이승만 띄우기’가 아이들까지 동원해가면서 도를 넘어선 이승만 찬양으로 몰아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4.3유족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들어 부쩍 보수단체의 이같은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잠잠해 있던 제주 지역에서 다시 갈등이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