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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오려고 잠시 머무는게 아니라 양평 지역민이 되죠”
“초등학교에 오려고 잠시 머무는게 아니라 양평 지역민이 되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6.30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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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7> 조현초가 경기도 양평에 가져다준 변화

학교 하나 때문에 지역내 공동주택 단지 17곳 늘어

초등학교 졸업 후엔 양평 읍내 지역 중학교로 입학

“제주지역도 ‘학교살리기=임대주택’ 등식 벗어나야”

 

100명이 되지 않던 학생수는 3배 이상 늘었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조현초등학교의 변화 모습이다. 이젠 경기도 양평군의 면소재지에 있는 학교보다 학급수가 더 많은 학교가 됐다.

대체 어디에서 조현초등학교로 몰려오는 걸까. 학생 구성을 물었더니 서울 뿐아니라 경기도 각지에서 조현초를 찾는다고 한다. 대개는 도심 지역에서 이 곳으로 이동을 해온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왜 도심에 있는 학교가 아닌, 그것도 시골을 택할까. 빡빡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자연다운 환경에서 자녀를 키워보고 싶다는 사고의 변화가 아닐까. 그런 변화는 조현초에만 있는 건 아니다. 제주도를 보더라도 젊은이들의 이동이 많다. 제주도 읍면 지역에 있는 상당수의 학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로 채워져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조현초는 한창 공사중이었다. 2003년 95명(6학급)이던 학생 수는 현재 354명(16학급) 까지 늘어났다.

그런 변화의 물결에 조현초도 포함돼 있다. 아니 조현초는 그 변화를 먼저 시작한 곳이며, 지금도 한창 진화중이다.

때문에 조현초등학교 학부모는 젊은 세대가 다수이다. 서로 소통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조현초를 중심으로 어느덧 공동체문화가 형성될 정도란다.

그렇다면 조현초 학부모들은 어떤 이들일까. 시골로 왔으니 귀농일까? 귀농도 포함돼 있지만 대개는 서울을 중심으로 직장생활을 한다.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지만 자녀의 교육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이다.

때문에 이 지역이 바뀌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붐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땅값이 뛰어오르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토지가격이 뛰어오르니 좋다는 이들도 있지만 예전의 지역 모습과 달라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어쨌든 조현초등학교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면서 찾아든 대표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이다.

조현초가 이처럼 각광을 받으면서 주변에서는 질시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사립학교냐, 대안학교냐”라는 눈치였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교육비를 많이 내는 학교네”라는 왜곡된 시선이다. 아직도 그런 주위의 시선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시선은 단순한 시선이라기보다는 ‘주목한다’는 말로 들린다. 정체됐던 시골의 변화를 일으킨 주역이 학교였고, 지역 언론의 관심도 지대하다. 조현초의 변화는 바로 주변의 학부모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더욱 학교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조현초의 변화는 경기도 양평군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역적 자긍심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곳은 도시개발 지역이 아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도시개발로 인한 인구유입이 아니라는 점에 더 눈길이 간다. 조현초는 신설학교도 아니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이 된 1945년 그 당시에 세워진 학교로, 교사(校舍)도 낡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신설학교도 아니고,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곳이 아님에도 젊은층을 유입시킨다는 점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특히 조현초 학부모가 되려면 학생과 함께 조현리에 거주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일대는 빈집도 없다. 앞서 도시개발이 이뤄진 곳이 아니어서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물론 없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이 학교로 몰려들까.

쉬는 시간, 교무실로 내려가는 교사의 손을, 두 학생이 스스럼없이 잡아 이끌고 있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사-교사간 수평적 문화와 더불어, 학생-교사간 평등한 관계도 학교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농가주택을 직접 지어서 들어오기도 한다. 처음엔 펜션을 장기임대했다가 농가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점점 집이 없자 공동주택 단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현초등학교 주변은 전원주택단지가 17곳이나 된다. 95% 이상이 조현초 학부모들이다.

특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들이 직접 투자를 해서 들어오기에 초등학교만 자녀를 보내고 훌쩍 떠나지 않는다. 바로 이들 학부모들은 조현리 주민이다. 더 나아가 용문면의 면민이면서 양평군을 구성하는 군민이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군민은 군민으로 역할을 한다. 조현초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은 그들의 자녀가 이 학교를 졸업하면 인근에 있는 중학교에 다시 자녀를 보낸다. 자신이 예전에 살던 도심으로 복귀하지 않고 여전히 시골에 눌러앉아 양평군이라는, 조현리라는 작은 단위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조현초의 사례는 제주에도 시사하는 면이 적지 않다. 제주도는 읍면 지역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차원에서 임대주택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당장의 학생수 유입엔 효과적인 면이 있으나 완벽하게 그 마을에 정착하는 ‘정주인구’라는 효과는 적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학부모들이 진정 원해서 찾는 학교라면 임대주택만이 아니라, 부모들이 그 지역에 터전을 잡으면서 살 수 있는 공동주택 단지 구상도 해 볼 만하지 않을까.

 

[인터뷰] 최영식 조현초 교장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교사들의 희생이 따라야”

 

최영식 교장.

지난주 기획을 통해 조현초등학교 교장실은 다르다고 했다. 교사(校舍)라고 부를 수 없는, 컨테이너 박스에 자리를 하고 있다. 좁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최영식 교장을 만났다.

“학생수가 너무 많아졌어요. 이젠 학생들을 다 외우지를 못해요. 그게 단점이죠.”

최영식 교장은 현재 조현초를 있게 만든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조현초가 내건 목표는 ‘큰 꿈’을 그리는데 있다. 비록 작은학교이지만 학생들이 더 큰 꿈을 가지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과서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학교 교육과정은 중요하죠. 그게 학교에서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교과서는 교사가 쓴 게 아닙니다. 예전엔 교과서는 있고 교육과정은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학교는 나름의 특색이 있고, 지역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조현초는 이렇듯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는다. 교과서는 참고서일 뿐이다.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조현초다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가 강조하는 건 교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교사가 가르치는 게 아이들에게 삶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이 배우는데 자신의 삶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하죠. 단순하게 더하기를 배우고, 빼기를 배우는 게 교육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교사 자신에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학습문제가 의미 있는 일인지를 묻게 해요. 학교에서 기술적인 학습 훈련을 시킨다면 학원과 뭐가 다르겠어요.”

최영식 교장의 말을 빌리면 지금까지의 교육은 너무 형식적이었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참고서로 여기고, 학교가 지닌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교육이 진정한 발전을 가져온다는 믿음이다.

조현초는 혁신학교의 주된 교육형태인 블록수업을 진행한다. 1~2교시를 한 교과로 묶어 진행하는 교육이다. 단적인 사고를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그는 평교사 4년에다 공모교장을 포함하면 8년째 이 학교에서 근무중이다. 그만의 교육철학이 있을 듯했다.

“과도한 욕심을 갖지 말아야 해요. 아이들과 교사들이 모두 행복하면 좋겠죠. 그러려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희생이죠. 그건 쉽지 않습니다. 교사는 더 큰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양보하기도 해야죠. 그런 고난을 기꺼이 받을 때라야 의미가 있습니다.”

교사도 행복하길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다는 답변이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교사라면 실망도 각오하라는 충고도 던졌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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