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오브올트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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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기확
  • 승인 2015.05.2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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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83>

Jack-of-all-trades. 우리나라 말로 말하면 ‘만물박사’, ‘팔방미인’이 된다.
 전체 미국속담은 이렇다. ‘Jack of all trades, and master of none.’ 우리나라 표현으로 바꾸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뛰어난 재주가 없다’ 정도로 표현된다.

 나에게 딱 맞는 얘기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할 줄 아는 것은 많지만, 딱히 잘하는 게 없다. 어설프다. 연구를 하는 것은 많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친구들에게 불리는 별명은 ‘홍박’이다. 홍박사의 준말이다. 누나도 항상 얘기한다.

 ‘너는 넓고 얕게 알아.’
 
 나는 최근 뜨고 있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약어 :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도 나 같은 어설픈 만물박사였다. 하지만 목표는 뚜렷했다.
 ‘나는 고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만 모든 학식을 가지고 싶다. 그걸 위해 노력한다.’

 경희대 답사를 다닐 때 들은 얘기도 수년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발해문자는 아직까지 해독이 안 됐습니다. 그 문자만 해독한다면 피라미드 건축의 비밀을 연 이집트 상형문자, 중국의 고대문명을 알 수 있게 해 준 갑골문자의 해독처럼 혁신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만약 발해문자를 해독하는 최초의 사람이 있다면, 바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솔깃했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전공은 버려두고 역사를 주로 공부했다. 왠지 발해문자. 내가 해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설픈 만물박사기 때문이다. 언어, 특히 외국어를 어설프게 몇 개 국어를 하고, 역사, 지리, 경제, 경영, 과학, 철학 오만잡다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언어학자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한 쪽 면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권위와 상식에 함몰되지 않는 참신한 두뇌에, 잡다한 공부를 통해 미세하지만 수많은 연결고리를 구축한 나. 내가, 나만이 할 수 있다. 뭐, 말이 그렇다는 거고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아내는 대학생이다. 청소년교육학과 4학년으로 이번이 마지막 학기이다. 졸업하고 다음에 뭘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무언가를 하긴 할 것이다. 우선 지금까지 맞추어진 초점은 카페주인, 숲해설가, 청소년상담사 중 하나이거나 아니면 전부다.

나도 그야말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밴드에, 글쓰기에, 중국어나 영어 같은 외국어에, 금융과 한자 관련 공부에, 독서까지. 하반기에는 경영학과에 편입할 생각이다. 나의 세 번째 대학입학이다. 우선 지금까지 맞추어진 초점은 낮에는 귀농귀촌 컨설팅을 하는 전문가, 아니면 서당의 훈장. 저녁에는 할아버지 밴드의 일원으로 카페에서 드럼 치는 딴따라, 아니면 할아버지 주식투자 고수다.
 마지막으로 혹시 아는가? 발해문자를 해독해서 역사학자가 될지?
 
 ‘날면 기는 것이 능하지 못하다’거나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거리가 간 데 없다’는 속담들이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고 한다.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강점을 더욱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 시끄러운 얘기다.
 해봐야 안다. 가봐야 안다. 인생의 막판까지 승부는 계속된다. 하나에 올인하다가 피 본 사람 여럿 봤다.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어부가 물속에 있는 고기를 모두 낚으려는 생각을 할까? 다만 그물을 가능한 넓게, 최대한 멀리 던질 뿐이다.

 이 놈 저 놈 어떤 놈들이든 잡히겠지.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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