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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색깔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곳이라면 척박해도 좋다”
“나의 색깔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곳이라면 척박해도 좋다”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5.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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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락시락’ 문학토크콘서트, 시인 안도현·김소연·가수 윤영배 등 볼거리 ‘풍성’
 

지난 밤 제주목관아 달빛 아래서 진행된 문학토크콘서트를 마치고 돌아가던 시민들은 ‘제주의 색’을 잃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지 않았을까.

지난 3월 전농로에서 열린 ‘홍랑 이야기 문학토크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시락시락’ 문학토크콘서트가 23일 저녁 7시 제주목관아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명인 ‘시락시락(市樂詩樂)’은 꽃이 풍성하게 핀 후 열매가 가득하게 열린 모습을 뜻하며 제주어로는 ‘시락시락’ 또는 ‘지락지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관객은 제주를 좋아하는 김소연 시인에게 지역마다 느낌이 다른 제주에서 특히 정서적으로 맞는 곳은 어디인지 궁금해 했다.

여기에 김소연 시인은 4.3 학살 현장이기도 하고, 기운도 바람도 센 척박한 곳이어서 ‘하가리’가 좋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시인 김소연

김 시인은 “대부분 제주로 이주해오는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삶의 피곤함에 지쳐 제주를 망명지처럼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며 “그래서 대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싶어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을 이었다.

김 시인은 “그러나 나는 나의 색깔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곳이 오히려 좋다”면서 “자기와 맞는 곳, 그런 지역이 대도시와 비슷한 느낌이더라도 편하고 좋다”고 강조했다.

탁현민 교수도 공감했다. 탁 교수는 “한림을 1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데, 요즘 제주 시골 버스정류장에는 첨단 시스템이 완비돼 있어서 버스가 언제 올지 알 수가 있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무작정 기다리고 싶어서 제주에 왔는데, 이제는 서울에서 볼 만한 것들이 제주에도 있어서 아쉽다”며 “물론 사는 이들에게는 편리함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천만관광객들은 그런 것들을 원할지 의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어린 문학소녀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다. 시인들의 꿈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시인 안도현

안도현 시인은 평생 시인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 문제 푸는 것보다 시 쓰는 것이 좋았고, 성적 오르는 것보다 시를 연구하고 쓰는 것이 재밌어 시인을 꿈꿨단다.

김소연 시인은 안 시인과 달리 오히려 자신에게는 글쓰기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 전공인 ‘문학’을 갖고 제도권 밖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며 “지금도 시를 쓰며 제도권 안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문학을 쉽게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보자는 뜻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시인 안도현과 김소연, 문화기획자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함께 했다.

가수 김대익
가수 윤영배

2부 음악콘서트에는 제주출신이자 1983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그룹 ‘에밀레’ 김대익씨와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모던록노래상 등을 휩쓴 가수 윤영배씨의 기타 연주가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어서는 지난 2010년 결성된 4인조 헤비메탈 그룹 비니모터의 공연도 진행됐다.

이날 출연자들은 제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거나 제주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등 제주에 남다른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작가와 음악인들로 구성됐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포럼 이선화의원은 “많은 돈을 들여 복원된 제주목관아는 그동안 문화재라는 이유로 신전처럼 떠받들어져 왔다”면서 “문학을 통해 문화재를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개방하고 위안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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