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지 않도록
길을 잃지 않도록
  • 홍기확
  • 승인 2015.05.2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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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81>

탈선청소년이라고 하지 않는다. 비행청소년이라고 한다. 탈선은 보편적으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비행은 특수하고 이색적이라서 그럴까?

비행기는 출항 후 도착까지 승객들을 이동시킨다. 하지만 정해진 궤도는 그저 궤도일 뿐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탈선’한 비율이 99.9%정도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기장은 출발 후부터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99.9%의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좋다. 연착이 되지 않는 한, 극히 드물게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제시간에 도착한다.

‘길을 잃지 않도록’

집에서 짜증을 내고 화를 내니 아이가 적어준 글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이렇듯 의미심장한 말을 지어내지는 못했으리라. 우습게도 받아쓰기에 있는 글귀를 적어준 것이다. 또박또박 한 글자씩 적어선 종이를 찍하고 찢어 주었다.

한 달 전 아이가 아무렇게나 써준 이 글귀가 지금까지, 아니 평생토록 남을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누군가는 목표를 향해 길을 달린다. 한편 대부분은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길을 걷는다. 목표든 종착역이든 길의 끝은 정해져 있다. 비행기의 도착점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가장 빠른 길, 직선으로만 갈 수 없다. 장애물이 있으면 뛰어넘기도 하고, 막힌 길이라면 돌아가고, 돌다리가 있으면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

이처럼 길은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종종 ‘탈선’을 한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보편적이다. 하지만 길을 벗어나더라도, 궤도를 이탈하더라도 돌아와야 한다. 빨리 돌아오면 좋고, 늦게 돌아와도 그럭저럭 좋다.

다만 길을 잃지 않도록. 길을 잃지 않도록. 잃지 않도록. 않도록.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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