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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학생들이 4.3을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제주 학생들이 4.3을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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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통일교육’ 운운하며 4.3 흔들기 하려는 도의원들을 보며
 

정체성은 무엇인가. 영어로는 ‘아이덴티티’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정체성이 뭔지 한 번 살펴보자. 정체성은 개인일수도, 집단일수도 있다. 개인의 정체성은 타고난 기질이나 천성쯤으로 보면 되겠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개인의 정체성은 아니다. 그렇다. 집단이다. 집단의 정체성은 하나의 기억을 놓고 벌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역사라는 관점에서 놓고 본다면 2가지의 키워드가 나온다. 바로 역사를 처음 접할 때 배워야 하는 ‘특수성’과 ‘보편성’이다. 어찌 보면 역사에서의 특수성이, 집단이 가진 정체성이라는 단어와 어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럼, 제주인의 정체성은? 이런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제주가 다른 지역과 좀 더 차별화된 의식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다. 제주가 다른 지역과 다른 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20세기가 있다. 바로 현대사의 최대 아픔이다. 우리가 부르는 ‘4.3’이다.

4.3은 제주사람들이 어떤 사회에 속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인 이념을 끌어들여 4.3을 왜곡하는 이들이 등장하곤 한다. 제주사람들은 그런 왜곡에 맞서며 지금의 4.3을 정립시켰다.

4.3은 왜 중요한가. 현대를 살아온 지금 우리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탐라의 과거가 아니고, 조선시대의 과거도 아니다. 해방이후 벌어진 기억속의 역사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4.3평화인권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가 생존해 있을 때 4.3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4.3평화인권교육은 유족들이 직접 나서는 명예교사를 운영하고 있다. 첫 시도여서 언론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학교에서도, 그를 접하는 학생들 역시 자신이 몰랐던 역사를 유족을 통해 생생하게 접하는 아주 드문 기회가 됐다. 이를 더 넓혀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때 4.3교육에 은근히 딴지를 거는 이들이 있다. 제주도의회 김광수 의원이 그랬고, 홍경희 의원도 통일교육을 없앴다며 힐란의 눈길을 쏘고 있다.

이유는 제주도교육청이 올해부터 폐지한 192개 사업에 통일교육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행사 위주의 사업을 없애고, 교육 본연의 업무에 힘을 싣자는 의미에서 192개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4.3교육은 늘렸다. 그건 바로 제주인의 정체성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교육이기에 그렇다.

기자는 일부 도의원들의 통일교육 운운은 통일교육을 빙자해 ‘4.3교육’을 흔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4.3은 지금 시점에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 통일과 관련된 교육은 현충일, 한국전쟁 등 때마다 계기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도 잘 다루고 있다. 그에 비해 4.3은 어떤가. 제주도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4.3은 그렇지 못해왔다. 지난해까지 제주도교육청에서 4.3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교사들의 연찬회 예산뿐이었다. 실질적으로 교육청이 4.3교육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2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4.3평화인권교육은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못한 4.3교육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걸 통일교육 예산과 비교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통일교육을 제시하며 4.3교육을 깎아내리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4.3교육에 더 힘을 실으라고 한마디를 거드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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