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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4.3평화상 특별감사 요구는 정부의 부당한 탄압”
한국작가회의 “4.3평화상 특별감사 요구는 정부의 부당한 탄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4.2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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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수단체 수상 취소 요구, 김석범 선생과 문학인들 전체에 대한 모욕”
제1회 4.3평화상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는 김석범 선생의 모습.

국내 작가들이 4.3평화상에 대한 정부의 특별감사 요구에 대해 정부의 부당한 탄압이며 제주 4.3의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고 평화상의 취지와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한국작가회의는 20일 성명을 내고 “평화는 인류가 추구하고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라면서 “화해와 상생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키워나갈 숭고한 삶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작가회의는 제주4.3에 대해 “국가 폭력에 의해 숱한 제주도민들이 살상된 역사적 비극이며 제주도민은 이러한 역사적 상처를 딛고 그 상처를 평화와 상생의 인류적 가치로 승화시키고자 오랜 시간 노력해 왔다”면서 “문학은 이처럼 고결한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어둠의 시대에도 빛을 열망하며 펜을 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제주4.3평화상 제정에 대해 작가회의는 “이 상을 계기로 생명 평화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했다”면서 “어두운 기억을 화해와 상생의 등대로 바꾸고 건강한 평화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1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재일 조선인 작가 김석범 선생이 선정된 데 대해서도 “당연하고도 적절한 결정이었다. 김석범 선생의 활동과 공로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김석범 선생에 대해 작가회의는 “평생을 재일 제주인으로 살며 <화산도>라는 4·3대하소설을 집필, 제주4·3의 비극을 국제사회에 알렸다”면서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평화를 화두로 삼고 밤을 낮 삼아 고뇌한 흔적들이 문장마다 묻어난다. 평화라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고결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써내려갔음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57년 김석범 선생이 제주4.3을 소재로 쓴 최초의 소설 ‘까마귀의 죽음’과 제주 4.3의 전모를 장대한 서사로 써내려간 <화산도> 등 그의 업적에 대해서도 작가회의는 “선생의 업적은 진작에 조명돼야 했다”면서 “어둠의 시대에 4.3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생의 문학정신에 한국사회는 더 일찍 경의를 표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보수단체에서 김석범 선생의 수상 소감을 이유로 이 상을 취소하라고 공격하는 데 대해 작가회의는 “문명사회, 민주인권국가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파렴치하고 폭력적인 일”이라면서 “이는 평생을 제주 4.3의 진실을 밝히는 데 헌신해 온 김석범 선생에 대한 모욕이며, 오직 역사적 진실을 신뢰하며 문학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새겨온 문학인들 전체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또 “더 기막힌 일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행정자치부가 제주 4.3평화재단에 특별감사라는 살아 있는 권력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작가회의는 “제주 4.3평화재단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에 따라 화해와 상생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적법한 기관”이라면서 “4.3 평화상 제정이나 시행 과정에서 감사를 받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서 “특별감사는 명백히 정부의 부당한 탄압이며, 이는 제주 4.3의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고 평화상의 취지와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작가회의는 “행자부의 특별감사 시행으로부터 우리는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고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며 민주주의를 압살했던 독재정권의 망령을 본다”면서 “인권과 평화의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제주 4.3의 정신을 모욕하고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작가회의는 이에 따라 모멸감을 안겨준 수상자 김석범 선생에게 공개 사과할 것과 창작의 자유를 속박하는 무분별한 권력 행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4.3 평화상의 숭고한 가치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작가회의는 “우리 작가들은 수많은 죽음 앞에 이념이나 색깔을 덧칠함으로써 제주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4·3문학을 짓누르는 세력에 의연히 맞설 것”이라면서 “그 어떤 공격에도 흔들림 없이 평화와 생명의 꽃을 피우는 데 당당하게 나설 것”이라는 다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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