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4.3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지만 정작 역사 현장에는…”
“4.3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지만 정작 역사 현장에는…”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3.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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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4.3 전야의 현장을 가다’ 옛길 탐험
“늘 아쉬운 것은 역사의 현장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3월 29일 원도심 옛길 탐험에서 4.3의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 특별한 광장이 없던 제주 주민들은 집회나 행사가 있으면 제주북초등학교로 모여 들었다고 한다.

1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제주북교와 원도심의 옛 골목들은 제주4.3 전야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타임캡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회장 고영림)는 오는 4.3추념일을 앞둔 29일 오전 10시 제주시 옛길 안에 숨쉬고 있는 4.3을 체험하기 위해 ‘4.3전야의 현장을 가다’를 부제로 삼고 참가자들과 함께 역사의 현장을 함께 걸었다.

첫 답사지인 제주북교는 1947년 제28주년 3.1절 기념식이 거행됐던 곳으로 제주 주민 3만여 명이 참석해 사상 최대 인파가 모였던 곳이다.

특히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제주4.3의 시작을 1947년 3월 1일로 명기하고 있는 만큼 그 기념식을 거행했던 북교의 중요성은 크다 할 수 있다.

3.1절을 1919년 기미년 독립운동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제주 도민들에게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 4.3’의 도화선이 된 3.1절 발포사건 등이 특별법에 분명히 명기돼 있기에 제주에서 그 의미는 조금 남다르다.

특별법에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쓰여 있다.

4.3의 도화선이 됐던 관덕정 광장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으로 무장경찰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6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당시 젖먹이 아낙과 초등학교 학생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월 29일 원도심 옛길 탐험에서 4.3의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파리에서 온 마크 방시안(40·여)은 “제주시 원도심 지역은 제주 4.3은 물론이고 제주 역사에 있어 참 중요한 곳”이라면서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크 방시안은 “우리는 건축물을 통해서 역사를 배울 수도 있고, 반성을 하기도 한다. 과거 파리에서도 한국처럼 19세기의 건축물들을 신식 건축물로 바꿔가던 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잊지 말아야 할 역사까지도 사라질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 건축물을 없애지 않고 현대의 것과 조합해서 건물을 지어 당시를 기억하도록 하고 있다”고 건축물과 역사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하주홍 대기자는 “제주도는 계속해서 직선행보를 걷고 있다. 곡선도 있어야 제주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데 골목과 마을 등 보존해야 할 것마저도 없애면서 우리가 옛 것을 기억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4.3 옛길탐험은 어쩌면 사라져 버린 원도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격동기 현장의 모습을 느끼고 우리 역사의 눈물과 그 삶 속에서 소소했던 웃음을 보기 위해 찾았던 현장에서 그 옛날 그 현장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는 점에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느꼈다.

서귀중앙여자중학교 한상희 교사는 "그동안 우리 행정은 관 중심의 복원을 많이 해왔다. 이제는 민중·사람 중심의 복원을 해야 할 때가 왔다"며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은 그 장소(현장)를 가면 기억은 떠올리지만 현장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사는 “그들의 이야기가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고, 자신들만의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 현장에 대한 복원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 29일 원도심 옛길 탐험에서 설명을 맡은 미디어제주 하주홍 대기자.

이날 옛길 탐험은 <미디어제주> 하주홍 대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하주홍 대기자는 전 제민일보 재직 당시 20세기 제주도의 상권을 취재하면서 발로 누빈 현장과 해방 직후 제주도의 생생한 모습들을 곁들여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옛길 탐험의 답사 경로는 제주북초→관덕정 마당→조일구락부(옛 제주극장)→갑자옥 터→제주약방 터→중앙이발관 터→서청사무실터→3.10총파업투쟁위원회 터→산지천까지 둘러보며 일정을 마무리 했다.

3월 29일 원도심 옛길 탐험에서 4.3의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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