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현대를 살아가면서 한동안 잊고 지내온 것이 있다.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들여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쓴 ‘손 편지’ 얘기다.
고백하자면 필자도 최근 몇 주 전에야 일반 규격봉투의 우표 값이 300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비규격 봉투를 사용할 경우에는 390원짜리 우표를 붙여야 한다.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와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함께 운영하는 ‘성 요셉 아버지학교’에서 6주간 매주 토요일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교육 참가자들에게 매주 편지를 보내고 아버지와 자녀, 남편과 아내 사이에 편지를 주고받도록 하는 전령사 역할을 한 덕분이다.
아이의 학교로 아빠의 사랑을 듬뿍 담은 편지를 보내고, 드디어 딸에게서 답장을 받은 아빠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사람들의 행복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매주 편지를 부치는 일을 하는 동안, 언제부터인가 주위에서 우체통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실제로 관공서나 학교 주변 외에 다른 길거리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제주지방우정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말 현재 제주 전역에 있는 우체통 개수는 모두 228개다. 2004년 398개에서 2009년 293개로 줄어들었고 다시 228개까지 감소한 것이다. 10년 사이에 무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휴대폰 문자와 SNS가 보편화되면서 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 편지가 거의 사라진 시대가 됐지만, 정작 우편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제주우정청 관계자는 핵가족화와 독신 가구가 늘어나면서 각종 고지서와 안내문 등 우편물이 오히려 많아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손 편지’가 사라진 시대, 정작 반갑지 않은 각종 고지서와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제주의 오름과 올레길 주변에는 어느새 야생화가 한창이다. 변산바람꽃, 새끼노루귀 등등….
새 봄을 맞이하는 설레는 마음을 담아 늘 가까이 있으면서도 속 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혹은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께, 그리고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 편지를 적어 보내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