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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군 관사 행정대집행, 3년 전 악몽이 떠오르는 이유
강정 군 관사 행정대집행, 3년 전 악몽이 떠오르는 이유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1.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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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공사정지 청문 도중 구럼비 발파 강행했던 해군, 이번에도?
 

지난 2012년 3월, 강정마을 바닷가의 구럼비 바위에 대한 발파 작업이 시작됐던 3년 전의 일이다.

동이 트기도 전 새벽부터 사이렌 소리가 울리던 강정마을,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는 그 때나 지금이나 강정마을과 제주도를 대하는 해군의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하순 당시는 제주도가 해군의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 명령을 위한 청문이 진행되고 있었다.

청문이 시작된 것은 3월 20일. 청문에서 쟁점이 됐던 핵심 사항은 민군복합항이 건설될 경우 크루즈선 2척의 동시 접안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시뮬레이션 검증에 대한 논란이었다.

특히 국방부의 시뮬레이션 검증에서 고정식 돌제부두를 가변식으로 설계변경하는 안이 제시되자 공유수면공사 실시계획이 변경돼야 하는 사안이라는 데는 도와 해군 모두 공감했으나, 해당 사안 때문에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해군은 청문이 열린 바로 다음날 무려 14차례나 구럼비 해안을 유린한 데 이어 22일 속개된 청문에서는 도의 질의 내용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청문을 일주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뒤 곧바로 24일 다시 구럼비 발파 작업을 강행했다.

이에 기자는 ‘청문도, 검증 절차도 무시하는 ‘조폭만도 못한’ 해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해군이 청문에 성실하게 임할 생각이 있다면 청문 기간 중이라도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기사의 취지였다.

하지만 해군은 기사 내용 중 ‘막가파식 공사 강행’, ‘해군이 조폭만도 못한 양아치의 행동을 한다’고 표현한 부분을 문제 삼아 “상식을 벗어난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 <미디어제주>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해 줄 것을 요청, 28일자에 반론보도문이 게재된 바 있다.

당시와 강정마을 내 군 관사 입구 농성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려는 지금의 상황이 마치 ‘데자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제주도가 사업단에서 5분 이내 거리에 군 관사 대체 부지를 물색해 제시하고 있음에도 연말까지 관사 건립공사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자신들의 계획만 내세워 도의 제안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3년 전 공사정지 청문 중에 구럼비 발파 작업을 진행한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해군이 행정대집행을 강행, 농성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철거 용역 사이에 충돌이 빚어져 사람들이 다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강정마을 주민들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 사이에 해군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쌓이게 될 게 분명하다.

군 관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던 원희룡 제주도정에서도 대체 부지라는 협상 카드를 내놓은 것만으로 뒷짐을 질 것이 아니라 또 다시 강정 주민들과 해군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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