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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없는 초등학생도 건축설계가 가능한가요”
“면허없는 초등학생도 건축설계가 가능한가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1.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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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테크노파크의 황당한 ‘아시아CGI창조센터 외형 디자인 공모’
아시아CGI창조센터가 들어설 건물. 서귀포시 동홍동에 위치해 있다.

‘터무니없는 일’을 두고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는 말을 쓰곤 한다. 얼마나 황당하면 소가 웃을까. 제주도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테크노파크가 당사자이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지난 7일 ‘아시아CGI창조센터 외형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라는 공고를 냈다.

사실 디자인이라는 건 전문가 영역이다. 외형 디자인은 건축설계를 하는 이들의 영역이다. 그런 일을 하는 이들을 면허를 기준으로 하면 ‘건축사’가 되며, 직업으로 분류를 한다면 ‘건축가’가 된다.

그런데 ‘아시아CGI창조센터 외형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는 일반인이 대상이다. 심지어는 초등학생도 공모 대상에 포함된다.

제주테크노파크는 공고를 내면서 “제주도 및 서귀포시의 랜드마크가 될 센터의 외형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했다.

제주테크노파크의 공고 내용대로라면 디자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함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공모마감은 16일이다. 고작 10일의 짧은 기간에 ‘랜드마크’가 될 디자인을 찾겠단다.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정말 랜드마크로 만들려면 건축설계 현상공모를 거쳤어야 했다. 공공건축이기에 현상공모는 당연한 절차였다. 하지만 제주테크노파크는 지난해 11월 용역입찰로 끝냈을 뿐이다.

건축비용이 30억원 이상인 공공건물은 대개 현상공모로 우수작품을 선정한다. 현상공모는 작품성을 따지는 것으로, 발주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아시아CGI창조센터의 건축비용은 27억원이기에 현상공모를 하라말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랜드마크’를 만들 의지를 가졌다면 현상공모가 답이었다.

지나간 일이기에 현상공모 운운은 더 하지 않겠다. 문제는 아시아CGI창조센터 설계업체가 지정돼 있는데 왜 외형 디자인을 공모하느냐에 있다.

건축행위는 장난이 아니다. 설계를 하는 업체가 외형, 즉 입면 디자인을 했을텐데 그걸 무시하면서 아이디어를 뽑겠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도 이상해서 담당자와 통화를 했더니 이렇게 말한다. “도민들의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을까 해서 외형 디자인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설계에 반영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소식을 접한 건축인들은 “말이 안된다. 말장난이다”고 한다. 공무원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건축 관련 공무원에게 “설계업체가 선정되고 나서 외형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잘못된 것이다”고 확실하게 입장정리를 해줬다.

물론 도민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건축이 장난은 아니지 않은가. 수십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건축물을 가지고 장난을 해서는 안된다.

제주테크노파크의 이번 아이디어 공모는 ‘건축면허도 없는 초등학생에게 설계를 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수밖에 없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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