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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 아래는 아무것도 없는 ‘안하무인’이 문제다”
“제 눈 아래는 아무것도 없는 ‘안하무인’이 문제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2.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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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2015년 누더기 예산안을 지켜보며

결국 끝간 데까지 가는 싸움의 승자는 없었다.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줄다리기다.

승자는 없다. 그럼 패자는?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켜본 도민들이 물론 패자이다. 그러고 보니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제 눈 아래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을 깔보는 걸 이름은 물론이다. 솔직히 두 기관의 다툼을 보면 ‘안하무인’ 외에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얼마나 도민을 무시했으면 그런 행동을 보일까. 민선 6기가 새로 출범하면서 ‘협치’를 제시할 때만 하더라도 생경한 ‘협치’라는 단어에 일말의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견이야 물론 생긴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 있더라고 결론은 늘 있어왔다. 의견충돌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없도록 하기 위해 논쟁을 하는 게다.

조선시대는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논쟁을 벌인 국가였다. 그 논쟁을 통해 정치를 발전시켜온 나라였다. 비록 논쟁의 부산물이 ‘사화’라는 비극으로 치닫는 경우도 생겼지만, 논쟁은 새로운 정치를 발전시키는 모태였다.

그러나 지금 제주도는 어떤가. 논쟁만 있고, 결론은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된 논쟁도 없이 스스로 ‘사화’만 일으킨 꼴이다.

그게 협치 행정의 결론인지 묻고 싶다. 협치는 화합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협치를 풀어낼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며 떼쓰는 게 협치는 아니다. 잘못된 걸 제대로 고치고 싶으면 설득하고, 논쟁을 해야 한다. 그 논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20억원을 제시했다면서 협상 과정을 폭로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라. 그러지 않고서는 제 주장만 옳다는 억지만 난무할 뿐이다. 그건 논쟁을 하기 싫다는 것이며, 논쟁을 할 지혜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도민들을 깔보는 행위이다’고 말을 하곤 한다. 정치를 하는 이들을 누가 뽑아줬나. 도민들을 깔보라고 뽑아주지 않았다. 도민을 안하무인격으로 대하지 말고, 지혜를 싸맨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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