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서울보다 심한 제주의 ‘과대학교’ 남의 일 아니다
서울보다 심한 제주의 ‘과대학교’ 남의 일 아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1.26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의 ‘통학구역 신축 운영’ 고육책을 보며

새로운 시가지 개발로 옛 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주시만 그런 게 아니다. 서귀포시 지역도 외곽으로 새로운 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옛 도심은 점차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공동화는 결국 학교간의 불균형을 가져오고 있다. 개발되는 시가지는 과대학교와 과밀학급이라는 문제를 낳고, 원도심은 학생수가 줄어드는 2중고를 겪게 하고 있다.

이렇게 된 1차적인 원인은 무턱대고 개발만 진행한 도시개발에 있다. 도시개발을 하는 이들은 용지 구분만을 할 게 아니라, 인구는 얼마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학생들을 어느 정도 수급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도시개발을 하면서 학교 부지는 만들지 않아 기존 학교의 과대학교를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아라개발지구(다음지도 캡쳐)

대표적으로 제주시 아라지구를 들 수 있는데, 이 지역은 신설학교가 없다. 때문에 아라초등학교는 과대학교로 향하고 있다. 아라초등학교는 내년도부터 17개 학급의 교실 증축을 거쳐 2016학년도부터는 52개 학급을 가진 거대학교로 재탄생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주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현재 도내 초등학교 가운데 50학급을 넘는 학교는 한라초·노형초·백록초·외도초 등 4개 학교이며, 2016학년도부터는 아라초를 포함해 5개 학교가 된다.

교육당국은 48개 학급 이상일 때를 과대학교로 본다. 1개 학년에 8개 학급 이상인 경우는 과대학교 기준에 포함이 되는 셈이다.

제주시 동지역만 따졌을 경우 과대학교 비율은 20%에 육박한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시의 과대학교 비율은 8%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도시개발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학교를 만들면 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도시개발 자체에서부터 빠졌기에 의미가 없다. 차선책은?

서귀포시교육지원청(교육장 오태열)이 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를 내놓아서 관심을 끈다. 초등학교 통학구역을 신축적으로 조정, 과대학교에서 옛 도심의 공동화 학교로 입·전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통학 구역 설정은 원칙적으로 ‘학구 조정’의 틀내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과대학교에서 공동화 학교로 조정하는 건 교육장의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통상 통학구역을 조정하려면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이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과대학교 통학구역에서 공동화 학교로 이동’이라는 초등학교 통학구역 신축 운영은 원도심내 학교로 이동할 수 있는 길만 열어둔 것이어서 학구 조정이라는 틀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은 40학급을 넘는 서귀북초와 동홍초의 학구안에 거주하는 이들이 서귀포초·서귀중앙초·서귀서초 등 10학급을 간신히 넘는 이들 옛 도심 학교로만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이 내건 ‘통학구역 신축운영’은 도시개발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하나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내년부터 효과가 나타날지는 당장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비관할 건 아니다. ‘제주형 자율학교’나 육지부의 ‘혁신학교’ 등의 사례에서 보듯 교육과정이 좋으면 언제든지 학부모는 학구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거기에다 도시개발을 하는 이들에게 덧붙이고 싶다. 모든 시설 가운데 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교육시설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