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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제주토종 풋감으로 감물 들인 ‘갈 천·카펫’ 써 봐요”
“순수 제주토종 풋감으로 감물 들인 ‘갈 천·카펫’ 써 봐요”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9.19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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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20>‘감이머문’ 문춘자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의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감이머문'을 운영하고 있는 회원들. 왼쪽부터 변애자 전 회장, 문춘자 현 회장, 김창선 전  회장.

 “제주토종 풋감을 찧어 감물을 내고, 그 물에 천을 적셔 4일 동안 햇볕에 바래서 색을 내죠. 삐죽삐죽 나오는 갈 빛을 보는 그 감동은 ‘감이머문’ 식구들 삶의 원동력이며 기쁨을 줘요. 누가 시킨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감물이 좋아서 하고 있어요. 갈 천, 갈 카펫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감이머문’은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에서 직접 감물과 갈제품을 만들어 전시·판매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수다뜰’ 이다. 대표는 문춘자 한림읍 월림리 생활개선회장(65)이 맡고 있다.

현재 이곳은 한림읍 월림리 생활개선회원 7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감에서 즙을 짜내 감물을 만들고, 감물로 천에 물을 들여 갈 천, 갈 카펫과 각종 갈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당초 이 생활개선회는 지난 1996년 김창선 초대 회장(61)이 조직·설립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회원 15명이 비누·고추장 등 생활용품 만들어 회원과 어려운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모임에서 감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몇 년이 지난 뒤였다. 당시 조춘자 회장(73)이 다른 생활개선회에서 하는 걸 참고해 감물을 만들고 회원들이 입는 옷을 만들어보자 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

 ‘감이머문’이란 브랜드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기 시작한 건 2007년. 당시 변애자 회장(59)이 북군농업기술센터에서 공업용 재봉틀 5대를 지원 받으면서 부터이다.

 처음엔 회원 7명이 각자 집에 있는 재봉틀로 만들기 시작, 자신과 식구·지인들에게 갈옷을 만들어 줬다. 당시 탐라문화제 출전 팀 의상 등을 만들어 납품하기도 했다.

현재 ‘감이머문’은 월림리 노인회관 2층 20평 공간에서 공업용 재봉틀 13대를 갖춰 감물을 내는 걸 비롯해 모든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감물을 들이고 말리고 바래게 하는 작업은 마을 청년회가 운영하는 운동장을 이용,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서 한다.

# “감물 들여 좋은 날씨에 4일 동안 바래면 제 색깔 나와”

'감이어문' 회원들이 감물을 들인 천으로 제품을 만드는 작업장.

‘감이머문’을 운영하는 회원 7명은 모두 자신이 직접 감귤농사를 짓고 있다. 영농규모는 모두 1만평 이상 전업농으로 늘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감물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6월말부터 두 달 동안 감물 들이고, 4일동안 바래야 제 색깔이 나와요. 작업 7월말께 감을 따서 즙을 내서 페트병에 냉장 보관해요. 8월엔 날씨 좋은 날을 골라 운동장에서 감을 들여서 말린 뒤 제품을 만들 준비를 하죠”

6월부터 9월까지 감물제품을 본격적으로 만든다. 회원 각자가 자기 농사를 짓기 때문에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각자 사정에 따라 작업에 들어간다.

한림지역  등 외부에서 감물 체험 희망자에게 이곳에서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 등 10명이상씩 참여하도록 한다.

 이곳에서 만드는 제품 종류도 다양하다. 광목·면·아사면·인면 등 감물을 들인 천을 만들어 팔고 있다. 완성제품으론 갈 카펫, 베게, 방석, 여름이불, 갈중이, 남녀 ‘몸배’바지와 소품으로 손수건·스카프 등이 있다. 갈 제품에 복합염을 들인 쪽 제품도 천이나 옷으로 판다.

 “과거엔 감물축제 등 각종 행사 때 나가 직판하기도 했지만 주 고객은 지역주민들이죠. 갈옷이 농사짓기 등 입기에 편해요. 제품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서울에서 주문도 많이 오고 있고,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사가고 있어요. 한 번 써본 고객은 계속 주문을 해요”

감물과 관련, 다른 곳과 차별화하기 위해 제주 토종감 많을 쓰는 등 나름대로 회원들이 애쓰고 있다고 문 회장은 전한다.

마을 집집마다 ‘우영’밭에 있는 토종 감을 주로 쓴다. 여기에 색택을 좀 좋게 하도록 단감을 약간 쓴다.

 풋감을 구하기 위해 한림에서 한경까지 도내 서부지역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수다뜰’과 겹치지 않도록 한림·한경 지역을 빼곤 이웃 애월지역에도 가지 않는다.

 풋감을 사들이는 값은 거의 일정하다. 모두가 단골로 수매하기 때문에 해마다 수확량에 따라 오르내리는 감 값에 상관하지 않는다.

 “저의 제품은 색깔이 잘 나오는 게 자랑거리에요. 토종 감을 적당히 잘 쓰기 때문에 뻣뻣하지도, 흐늘거리지 않아 제품에 적당히 풀기 있어서 그래요. 토종감은 풀을 하지 않아도 풀을 한 느낌을 주는 장점을 갖고 있어요. 단감이나 홍시는 풀기가 없어요. 그래서 다른 지방에서 만든 갈옷이 들어와도 경쟁력이 있는 거죠”

 # “감물 들인 ‘갈 카펫’이 주력 제품이에요”

'감이머문'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품인 갈염색 카펫.
 

 이곳에서 주력 상품은 감물을 들인 카펫이다. 문 회장은 다른 곳과 차별화한 감을 들인 카페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저의 감물을 들인 천 자체가 달라요. 카펫 만드는 용도로 만들기 때문이죠. 이 카펫을 침대나 대자리 위에 놓고 쓰면 시원하고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좋아요. 꾸준히 나가고 있는데, 올해는 비 날씨 때문에 좀 적게 나가고 있지요”

 이곳만이 갖는 특징은 제품 값이 다른 곳보다 값이 싸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오랜 경험을 쌓아서 제품 품질은 좋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취미삼아하고 때문이라고 변애자 전 회장이 설명한다.

 토종 감을 써서 만든 감물을 따로 만들어 팔고 있다. 페트병(2ℓ들이) 1병에 2만5000원을 받고 있다. 이 감물은 다른 수다뜰 회원들도 사갈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직접 토종 감을 사러 다니는데 어려움 많아요. 한 곳에서 많이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군데를 다녀야해요. 나무에 올라가 직접 따야하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기 일쑤이고, 강한 햇볕을 맞아야 하는 고충이 있어요. 왜냐하면 풋감만이 필요해, 제 때를 맞춰 따야하기 때문이죠. 감이 익어버리면 떯은 게 없어져 쓸모가 없어요”

 날씨는 감물을 바래는데 결정적이다. 날씨가 나쁘면 감물을 바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원 모두는 감물을 들이고 말리기에 좋은 날씨, 화창한 날싸를 바란다. 최소 4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물을 들인 천을 아침에 거둬서 물을 적셔 널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송곳으로 꼽아, 날씨에 따라 하루 물을 2차례 적실 수도 있다. 날씨가 나쁘면 아예 물 적시지 않고 거둬들이기도 한다.

 앞으로 감물관련 산업은 감물제품이 좋다고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점점 수요가 늘고 고급화를 시키면 전망은 좋을 것이라고 김창선 전 회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감물축제를 지역별로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과거엔 서귀포와 제주시에서 격년제로 열었는데 몇 해 전에 축제를 정비한다며 없어져 아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물축제를 지역별로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감물에 관해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 건강과 화목하게 지내는 게 소원”이라는 문춘자 회장,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김창선 전 회장,“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변애자 전 회장 모두는 한결같이 ‘후배양성’을 강조한다.

 “후배들 많이 들어와 감물사업을 활성화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이 갖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거든요. 젊은이들은 정보도 빠르고, 홍보도 잘하고, 개발도 용이하기 때문이죠. 후배들에게 모든 걸 전수하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일이 꽤 벅차니까 젊은이들이 꺼리기 때문이죠. 갈 제조에 관심 갖는 후배가 많아줬으면 좋겠어요”

 ※‘감이머문’은 제주시한림읍월림리2351-1(월림리노인회관 2층 월림리생활개선회)에 있다. 연락은 010-2621-0576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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