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도내 첫 아동양육시설인 예향원의 홍영환·소진숙 목사 부부

“교회 개척을 준비했죠. 그런데 장애인 부모의 아들을 거둘 수 없느냐는 권사님의 연락을 받았어요. 그게 예향원의 시작이죠.”
홍영환 목사 부부는 고향 제주에 내려와서 교회를 꾸릴 생각이었으나 그 전화 한 통화가 이들을 바꾸게 했다. 제주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첫 아동양육시설의 시작인 셈이었다. IMF 이후에 불어닥친 사회 구조는 어려운 이들을 양산해냈고, 경제적으로 쪼들린 부모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한 애들은 그들 부부의 몫이 됐다.
“지적장애 3급은 어디서도 봐주는 곳이 없어요. 그런 애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죠. 행정기관에서 봐 달라며 연락을 주기도 해요.”
예향원은 돈을 받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 아니다. 2000년 개원 이후 14년째 이들 목사 부부의 무료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목사 부부는 이 곳 시설에 들어온 애들로부터 “아빠, 엄마”로 불린다.
“잘 커주기만을 바라죠. 고아인 아이들이지만 애들에게 리더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잡으라고 해요. 애들도 잘 따라줘서인지 학교에서 학생회장도, 반에서는 반장을 한답니다.”
그러나 모든 게 순탄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홍영환 목사 부부에겐 애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도저히 안된다는 아이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소년원에 들어가야 할 정도의 아이었으나 판사에게 “안됩니다”라는 호소를 하고, 예향원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비행 청소년이던 학생이 있었죠. 보호 처분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었으나 우리가 데려왔어요. 지금은 아주 잘 컸어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그 애는 대전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일을 한답니다.”

“우리는 가진 게 없어요. 성경엔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이웃을 돌보라고 하잖아요. 어려운 애들을 거두어서 적지만 같이 생활하라는 그런 특별한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졌나봐요.”(소진숙)
“사회가 윤택해지려면 미래를 책임질 애들이 잘 커야 합니다. 애들은 사랑을 준만큼 커가요. 미래를 키우는 것이죠.”(홍영환)
애들에게 사랑을 주기만 했던 그들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오현라이온스클럽과 인연을 맺으면서 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오현라이온스클럽의 초대 회장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이름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그 독지가 덕분에 예향원은 더 밝아졌다고 한다.
목사 부부는 예향원에 들어온 애들은 기필코 대학을 진학시킨다. 그러곤 강조하는 게 있다. 어른이 돼서 목사 부부에게 고마움을 느낄 게 아니라 사회에 고마움을 실천하란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