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장 제대로 뽑자] <2> 선임 과정에 문제는 없나
기자를 만나는 제주도내 미술인들은 이번 도립미술관장 인선을 두고 안타까움을 털어놓는다. ‘자매 관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있지만, 그 보다는 제대로 된 인물이 됐는지의 여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른 지역 미술인들이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해요. 제주미술계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지난 13일자로 제주도립미술관장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으니 10여일이 지났다. 비록 짧은 10여일이지만 ‘미술관장을 잘 뽑았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나오지 않는다.
제주도내 미술계가 한탄을 하면서 성명을 내는가 하면, 교수까지 1인 피켓 시위에 나서는 형국이다.
뭐가 문제일까. 제대로 된 인선이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인선이라면 뭔가. 그건 바로 선발 및 임용과정에 있지 않을까.
세간에는 아주 낮은 점수의 인물이 관장이 된 것이라고 한다. 점수로서는 불가능한데, 이를 뚫고 미리 내정된 인물이 미술관장에 인선됐다는 얘기이다. 여기에다 공무원이 개입됐다는 말도 떠돈다.
이에 대해 당시 심사를 맡았던 이들은 입을 닫고 있다.
심사위원 A씨는 “그런 느낌은 받았다”면서도 “증거될 것을 지금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B씨는 “심사과정을 말씀드리기는 그렇다”면서 심사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도내 미술계는 미술관장 인선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청원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민청원이 시작된다면 자칫 이 문제가 법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소지가 얼마든지 생긴다. 쉽게 풀 문제를 법으로 간다면 심사과정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도청 관계자는 “심사과정에 공무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임용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개방형직위 공개모집을 통해 이뤄진다.
조례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이 포함된 선발시험위원회는 2명 또는 3명의 임용후보자를 선발, 인사위원회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면 인사위원회는 ‘우선순위’를 정해 도지사에게 추천, 도지사는 인사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임용을 하게 된다.
이번 제주도립미술관장 심사 대상은 5명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3명의 후보를 인사위원회로 통보했다. 그럼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가 인사위원회에서 뒤집어졌는가. 그렇진 않았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그대로 매겨 도지사에게 보고했다. 도지사는 외부 의견 등을 청취해 적합한 인물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제주도청 관계자에서 ‘순위를 알 수 있느냐’고 묻자 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아주 낮은 점수의 꼴찌 후보가 관장이 됐다’는 세간의 의혹이 밝혀진 건 없지만 세간의 의혹을 종합한다면 인사위원회를 겨우 통과한 인물이 신임 관장에 올랐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원희룡 지사는 꼴찌 후보를 관장으로 임명한 꼴이 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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