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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포물 고운 맵시, 단오 부채에 숨은 의미
[기고] 창포물 고운 맵시, 단오 부채에 숨은 의미
  • 미디어제주
  • 승인 2014.05.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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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김동섭 팀장.
우리 민속에서 월과 일이 겹치는 날은 양기(陽氣)가 가득하다고 하여 길일(吉日)로 여겼습니다. 그 중에서도 55, 단오(端午) 때가 양기가 가장 센 날이라고 해서 4대 명절의 하나로 지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밭농사가 중심이었던 제주에서는 보리, 유채수확으로 바쁠 뿐만 아니라, 밀려오는 태풍을 피해 밭일을 마무리해야 했으므로 똥 누고, 뒤 닦을 시간도 없다고 할 정도 바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차츰 제사를 모시며 조상을 돌보는 등의 일은 줄여가지 않으면 농사를 짓지 못하였으므로, 명절의 의미는 점차 사라지다가 1980년경에 들어서면서부터 지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논농사가 중심이었던 다른 지역에서 보면 이때가 모내기를 하고 약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기였으므로 한 해의 풍년(豊年)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명절로 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무렵이 되면 아무리 추운 북쪽 지방에서도 쑥이 많이 났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쑥떡, 쑥버무레기를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쑥만치 많이 나는 것이 앵두였는데, 앵두를 이용해 화채를 만들어 먹는 시기도 이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단오가 되면 남녀 어린이들이 창포탕을 만들어 세수를 하고 홍색과 녹색의 새옷을 입고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오장(端午粧)이라 하여, 창포의 뿌리로 만든 비녀에 수(()의 글자를 새기고, 끝에 붉은 연지를 발라 머리에 꽂아 재액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궁중에서는 임금님이 부챗살이 4050개나 되는 큰 부채를 여러 신하들과 시종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이것을 받은 신하들은 여기에 그림을 그려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그네뛰기, 씨름 등 민속놀이가 지방에 맞게 펼쳐지면서 신명나는 여름 축제로 남녀노소가 즐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창포물에 감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고운 자태를 창공에 매달려 휘날렸던 두 가닥 그네 줄에 맡긴 어여쁜 아낙네의 맵시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황소 9마리를 먹고 태어난 힘센 장사 부대각과 부대각 누나 후예들의 힘자랑도 볼 수 있었던 때가 바로 이 때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창천리에서는 단오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 터럭이 빠진다고 하여 이날만은 머리를 감지 않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안전 규정 무시, 불의(不義)의 묵인 등으로 초래된 많은 혼란 속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렸고, 삼복 더위를 대비하여 부채를 선물하였으며, 창포로 머리를 감으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려 하였던 조상들의 예방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김동섭·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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