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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품종과 가계야치(家鷄野雉)
감귤 품종과 가계야치(家鷄野雉)
  • 김창윤
  • 승인 2014.03.1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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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기술원 감귤육종센터 감귤재배연구실 농업연구사 강상훈

강상훈 농업연구사
중국 사자성어 중에 가계야치(家鷄野雉)라는 말이 있다.

진나라에는 서예의 대가 ‘유익’이 있었다. 워낙 뛰어난 서예가라 중국 전역에서 그에게 서예를 배우려 했다. 그런데 유익의 가족들은 왕희지의 글씨를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음이 상한 유익은 아는 사람에게 "아이들이 집안의 닭은 천하게 여기고 들판의 꿩만 귀하게 여겨 모두 왕희지의 글씨를 배우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가깝게 있는 자기 것은 하찮게 여기고 멀리 있는 남의 것만 좋게 본다는 뜻이다. 

감귤 품종이라고 하면 언제부터인지 외국산을 선호하는 풍토가 이어져 왔다. 국산 품종이 없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였지만 ‘내손안의 닭’처럼 무시하지는 안았나 싶다. 제주도에서 감귤 품종육종 연구가 시작되어 수년이 경과되어 매년 한 두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국산 감귤 품종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인지 외국 품종이 좋아서인지 보급은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을 합법 또는 비합법적으로 가져와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품종이 개발되더라도 외국산 품종을 무조건 선호하는 풍토가 이어진다면 국산 품종개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실 국산 품종이 뚜렷하게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비슷한 수준은 된다고 확신한다. 국산 품종은 우리 지역에서 수년간 재배되면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제주 어느 지역에서도 큰 문제없이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외국산 품종은 재배하면서 어떠한 문제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꽃이 안 핀다던지 수량이 적다든지 상품성이나 소비자 기호성 등이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국산품종은 우리지역에서 우리 연구자가 우리 소비자의 입맛과 재배법에 맞도록 개발되었다. 무엇보다도 신품종에 대한 로열티 걱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제 우리 감귤 품종에 관심을 가져 보도록 하자. 들판에 있는 꿩보다는 내 손안에 있는 닭이 소중한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농업기술원에서는 자체 육성한 ‘상도조생’2개소와 ‘써니트(한라봉의 일종)’1개소,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에서 육성한 ‘하례조생’1개소에 대한 전시포를 운영하고 있다. 품종생신을 생각하고 있다면 언제라도 기존에 재배하던 품종과 비교할 수 있는 전시포에서 직접 관찰해 볼 것을 권한다. 

국산품 애용으로 애국심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품종 특성이 비슷하다면 로열티 걱정 없고 우리 지역에 적응된 국산 품종이 선택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개발한 우리 품종을 우리가 재배하여 국내외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창조경제라 생각한다. 이 전시포를 통해 감귤 신품종이 널리 보급되어 육종담당 연구자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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