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맞이하며
입춘을 맞이하며
  • 박종순
  • 승인 2014.02.0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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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5>

최근 며칠동안 갑작스럽게 불어오는 혹한 날씨 덕분에 일손을 놓았다.
구정(설날)을 전후해서 육지에서 자식과 손자가 내려오고 친척과의 재회로 시끌벅적한 나날이 지나가고 있다.

집사람과 오랜만에 서쪽으로 차를 몰고 드라이버도 즐겼다.
민수가 자동차 면허를 따기 위해 애월쪽으로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따라 나서면서 언젠가 기회 되면 가고 싶었던 애월의 해변가부터 곽지와 협재해수욕장, 한림을 거쳐 수월봉 정상을 밟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걸어보는 등 장장 180㎞를 돌아다녔다.

 

비양도가 보이는 곽지해수욕장에서 필자.

작년 1년동안 과수원 관리 한다고 여유로운 시간이 없어 마음 가득히 숨겨놓은 곳들 이었기에 가는 곳마다 설레임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풍광에 내 가슴은 오랜만의 즐거움도 누렸다.

초보 농군으로의 시행착오는 봄 전정부터 시작하여 수확 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오래되어 새로 설치하는 타이벡은 수시로 내리는 비소식과 한여름 뙤약볕에 지치게 했고 밀림속을 헤멜 듯한 풀과의 전쟁이 제초제를 치지 않는 나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우의를 입고 마스크를 쓰며 장화를 신어야하는 농약치는 작업은 횟수가 거듭 할수록 해 뜨기 전에 작업을 시작하고 오전 중으로 마쳐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 주었다.

2000여평의 타이벡감귤은 비가 내린 후의 고인물과 바람에 쌓이는 낙엽을 치우는 작업이 나를 서서히 지쳐가게 하고 곳곳에 터지는 관수 호수와 금이 가서 물새는 농약통을 수리해야 하고, 방풍림 그늘과 웃자라는 대나무를 제거하는 작업 또한 힘들게 했다.

모르면 물어서 해야 하는데 몇 번이나 들어도 무슨말을 들었는지 이해도 안되고 작업도구도 없고 부속을 사는 곳도 모르고 시간과 날짜만을 보내기도 했다.

그나마 시기에는 늦었지만 전정, 타이벡, 열매솎기 등 인력을 구하기도 하고 농약 치는 일은 간헐적으로 도움도 받아 이럭저럭 농사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어려움에 직면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집사람과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처음하는 일들이 산적한데다 시행착오를 되풀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변의 지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농사는 힘들고 수입도 적으니 직장을 다녀야 한다고 말했고 첫해는 힘들지만 제주인이라면 4000~5000평은 다들 쉽게 농사짓는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회사를 가지 않는 날 농사일을 하려니 바쁠 수밖에 없고, 휴일날 비라도 내리면 일이 밀려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멘토가 있어 농약 치는 날과 농약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고, 처가집의 상황을 볼 수 있어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극조생부터 시작한 귤 수확은 고생 끝에 낙이라고, 또 다른 재미를 주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당도와 판로에 막혀 고민을 낳게 하고 상심을 얻게 했다.

결국 당산도가 높아 감귤시험장의 도움을 받아 물관리를 해야 했고, 판로를 위해 서귀포 세계감귤박람회에 참여하면서 고객을 개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조생귤은 서귀포 10개 농가내에 들어갈 품질로 만들어 온라인 택배를 순조로이 할 수 있었고 인기리에 판매가 가능해 힘을 북돋아 주었다.

단지, 한참 수확할 시기에 감귤박람회에 참가 하다보니 수확에 어려움이 따르고 결국 일부 과원은 눈 피해로 인해 손해도 감수해야했다.

하지만 1년의 결실!

초보농군으로 전화통에 불이 붙고 주문이 쏟아지는 기쁨이 나를 넘치게 하고, 정년없는 값비싼 과수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아픈 어깨와 팔꿈치의 통증을 잊게 해주어 행복한 휴일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제 입춘을 맞아 찬 기운이 물러날 때면 한해의 전투가 시작 될 것이다.
2년차의 슬럼프를 이기기 위한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가 기대된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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