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5:22 (금)
<이모저모> 4.3 위령제에서 만난 사람들
<이모저모> 4.3 위령제에서 만난 사람들
  • 현도영 기자
  • 승인 2005.04.03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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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위령제에서 만난 사람들

# 할머니 힘들엉 올라가지쿠과?

- 무사 영 멀리 지어봐서. 다 늘어빠져신디 올라가지크라.

# 천천히 올라갑서. 어디서 옵디가?

- 함덕. 우리 영감 30살 때 사라봉에서 총맞앙 죽었쥬. 죽은거 알아도 무서우난 10일 동안 시체 찾으러 가지도 못핸.

(10분 동안 쉬었다. 4.3희생자 유가족들이 60세 이상이 대다수인데 이렇게 올라가기 어렵게 만들어 놓다니...)

- 에휴, 나도 이젠 죽어야 쥬. 57년인가. 이때 동안 혼자 살아오젠 허난 너무 힘들언 못 살크라.

# 겅 헐수록 오래 살아야 합니다. 할아버지 몫까지 살아야 합니다.

- 정부에서 보상도 안 해주고 고생해온 거 생각하면 너무 속상행 못 살크라. 기자 양반 보상좀 해주랜 꼭 적어줘이.

# 예. 알았습니다. 꼭 ‘보상해달라’고 적겠습니다. 할머니도 오래 사십서.

(이날은 바람도 너무 많이 불어 500m정도의 거리를 할머니와 30여분 걸었다. 할머니를 보고 있으니 몸도 마음도 너무 추웠다.)


# 꼬마야 누구랑 왔니?

- 엄마, 아빠, 외할아버지, 동생

# 이 위패는 누군데?

- 증조할아버지

# 아까 묵념하던데 무슨 생각했어?

- (웃으면서) 생각안나요.

# 여기 와서 느끼는 거 있어?

-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은 줄 몰랐어요. 너무 숙연해져요. (11살 어린이 입에서 ‘숙연’이라는 말이 나와서 놀랬다.)

# 내년에도 올꺼니?

- 예, 계속 꾸준히 올꺼예요.

# 제주도에 온 이유는?

- 우리는 4.3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번에 제주 4.3주간을 맞이해 지난달 30일부터 4.3관련 행사를 모두 답사하고 있고 오늘 마지막으로 위령제 참여를 위해 평화공원에 왔다.

# 제주도에 와서 4.3에 대해 느낀점은?

- 4.3 피난처와 학살처를 봤을 때 눈물이 핑돌았다. 제주도민들도 과거에 이렇게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짧은 기간이였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간다. 경북대에서는 ‘역사기본 세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을 돌아가면 꼭 널리 알려 대한국민 모두가 4.3의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4.3 이모저모>

"위패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0...본 기자가 위패 봉안실에서 인터뷰 및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분 지나서 본 기자는 안내원으로 바뀌고 말았다.

한글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위패의 위치를 찾기 힘들었고 한글을 알아도 눈이 어두워 위패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북제주군을 돌아다니면서 찾아 드렸다.

주최측은 4.3 유가족들이 나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위패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좀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행사장 화장실 줄서기"

0...제주도에서는 4.3 위령제에 만여명이 참석한다고 했다.

그런데 행사장 근처에 있는 화장실은 만여명이 같이 쓰기에는 너무나 좁고 협소했다.

길게 늘어진 줄. “급행 싸크라” 이소리는 줄 여기저기에서 기다리면서 하소연 하는 소리다.

본기자도 줄을 섰다. 최소 5분은 기다려야 화장실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동식 간이 화장실이라도 마련했으면 행사에 참여했던 분들이 편했을 텐데.

"4.3 행사장에서의 화순항 해군기지 결사반대"

0...화순항 해군기지 결사반대도민대책위원회가 4.3위령제에서 조용한 시위(?)를 해 4.3봉행위원회와 몸싸움이 있었다.

“4.3영혼을 추모하는 자리에서까지 이런 행사를 가져야 하느냐”며 4.3봉행위원회가 자리를 옮기라고 하자 시비가 붙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유가족들과 도민들은 “여기에까지 와서 꼭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해야겠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해 결국 해군기지 결사반대도민대책위원회는 자리를 옆으로 옮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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