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화 현상요? 음악 찾아 우리학교로 오는 애들도 있어요”
“공동화 현상요? 음악 찾아 우리학교로 오는 애들도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11.16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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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17> ‘1학생 1악기’ 선두주자인 광양초등학교

음악활동을 즐기는 광양초등학교 어린이들.
음악은 음악을 듣는 수요자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음악을 공급하는 이들 스스로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꾼 사례로 종종 거론되곤 한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엘 시스테마의 대표주자임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영화인 파파로티도 음악을 통해 인생을 바꾼 젊은이의 실화를 담고 있다. 한 때 주먹세계에 빠져들기도 한 김호중이라는 이의 사연을 다룬 영화로, 음악이 주는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음악 덕분에 김호중씨는 자신의 어두운 기억을 음악속에 흘려보내며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엔 음악이 전해준 감동이 물결친다. 제주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학교내에서 음악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감성충만 예술교육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음악 심기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감성충만 예술교육은 ‘1학생 1악기지원사업으로 더 확대되는 등 제주 도내 모든 학생들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그런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교육청의 이런 음악 지원사업에 앞서서 음악을 강조한 학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광양초등학교(교장 현병만)가 있다.

광양초등학교의 음악과의 인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형자율학교로 지정된 광양초등학교는 재능교육을 진행하면서 관악부를 창단했다. 광양초는 지난해까지 제주형자율학교를 통해 음악이라는 탄탄한 기반을 쌓게 됐다. 그런 기반 덕분에 광양초는 올해 제주형자율학교의 이름을 털어내고서도 여전히 음악교육은 진행중이라는 표식을 달 수 있게 됐다.

광양초의 음악 교육은 수업시간은 물론, 방과후에도 진행된다. 덕분에 학생과 음악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맺음이 됐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초등부 은상이라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광양초의 음악 교육은 3학년 때부터 본격 시작된다. 클라리넷, 플루트, 색소폰 등 관악기가 애들에게 하나씩 주어진다. 3학년 때는 자기 몸에 맞는 악기를 찾는 시간이다. 1년간 참여시간이 지나면 4학년 때부터는 악기와 하나 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 5학년 때부터는 관악부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다만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점차 학생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 광양초등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광양초는 1950년대 광양 일대에 제주도청이 들어서면서 제주시 중심의 학교로 우뚝 섰으나 세월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현재는 15학급 33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학생수의 감소가 음악교육까지 주눅 들게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 학교 관악부는 대세이다. 현재 관악부원은 3학년부터 6학년까지 80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관악부원인 셈이다.

광양초등학교 관악부의 활동은 음악이 주는 효과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학교 관악부원이 되고 싶어 일부러 전학을 오는 학생도 생길 정도이다. 외부에서 학생들이 유입될 동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전학 사례는 음악이라는 하나의 틀이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음악을 즐기러 광양초등학교로 전학오는 학생들도 생기고 있다. 사진은 음악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이 학교에서 4년째 관악부를 이끌고 있는 한지상 교사는 음악의 긍정적인 면을 다음처럼 설명했다.

한지상 교사는 학급에서 자존이 떨어진 학생들이 관악부에서 줄곧 활동하면서 친구로부터 인정을 받곤 한다. 덕분에 자존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명 벌테닮은 학생들은 단합생활을 하면서 순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광양초등학교 현병만 교장도 음악이 가져온 변화를 강조했다. 현병만 교장은 아무리 제각각 뛰어나더라도 하모니가 없으면 안된다. 관악부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하모니를 이루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아울러 음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목표의식도 심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양초등학교의 음악사랑은 이젠 이 학교의 중심축이 돼 있다. 어쩌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음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매년 겨울철 선보이는 정기연주회 자리에서 광양초등학교 관악부원들이 그런 움직임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고승완 어린이.
[미니 인터뷰] 광양초 관악부원 고승완 어린이

 

엄마가 추천을 해서 관악부원이 됐지만 이젠 오히려 제가 더 원해요.”

광양초등학교 6학년 고승완 어린이는 늘 클라리넷을 손에 쥐고 있다. 유치원 때 리코더를 만진 게 악기와의 첫 만남이었지만 본격적인 음악사랑은 2년전인 4학년 때부터였다.

이젠 자신이 더 악기를 원한다고 해서인지 클라리넷을 불지 않는 날이면 뭔가 어색하단다.

“1주일에 최소한 2번은 불어요. 그렇지 않으면 뭔가 어색해요. 그래서인지 좋은 점이 있어요. 화나거나 아플 때 음악을 듣거나 클라리넷을 불게 되면 안정돼요.”

고승완 어린이는 관악을 지도하는 선생님처럼 자신도 커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전수하는 그런 음악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그리고 있다.

그런 꿈을 지키려니 경쟁 상대와의 일전도 불사해야 한다. 경쟁 상대는 다름아닌 교실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다. 교실을 벗어난 음악실에서는 서로의 음악수준을 따지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애들이 연습을 하는 걸 보면 자극이 돼요. 제가 연습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부끄러워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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