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도 망설이는 이유
글을 쓰면서도 망설이는 이유
  • 박종순
  • 승인 2013.08.2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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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16>

망설인다. 써야 하느냐. 쓰지 말아야 하느냐. 써야 하느냐. 쓰지 말아야 하느냐.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내 가슴 속에서도 두 얼굴이 있다.

쓰고는 싶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으나 쓰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 되어 버렸다.

한번가면 다시 못 올 인생이라면 지금 쓰지 않으면 멀지 않는 훗날 체력이 달려 쓸 기력조차 없을 때 안 쓴 것을 후회할 것도 같다.

누군가 말했다. 죽기 바로 직전에 후회할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책이라면 한 번도 써 본적 없고 관심도 없었고 많이 읽지 않았고 독후감도 써본 기억도 안 나고 일기장도 방학숙제 외에는 적은 바도 없는 내가 지금 무언가를 쓰려고 하고 있다.

쓰긴 써야 하는데 무엇을 쓸 것인가 어디부터 쓸 것인가 막막하고 괴롭다.

동생네를 방문하면 방방마다 책으로 꽉 차서 거실 서재까지 동화집부터 전문서적이 다양하게 꽂혀있고, 전주 동서네에 가도 1층뿐만 아니라 2층에도 교사 관련 책 말고도 여러 가지 책들로 가득하고 심지어 침대 머리맡에도 놓아두고 있다. 다른 집에 가 봐도 우리 집보다 훨씬 많은 책으로 도배한 듯 진열되어 있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반면에 선영이가 시집가고 보니 많게만 보이던 책이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하고 이사 다닐 때 마다 줄이고 줄여 내 서고엔 한자사전류와 동창회 명부 정도만 남아있고, 여기 서귀포는 귀농·귀촌교육시 받은 책을 빼면 보잘 것 없다. 이러한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 책을 만들면 누가 읽어 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나만의 일기장을 쓰자고 결론지었다.

편하게 쓰자. 제주에 내려와 2년만 살고, 딸이 사는 강릉에서 2, 동생이 사는 대전에서 2, 동서네가 살고 있는 전주에서 2년 그리고 건강만 허락한다면 내 고향 부산에서 2년 이렇게 살고자 했는데 어떻게 해서 남원에 살게 되었고, 귀농교육 받게 되고 이런저런 사유로 과수원을 사서는 귤 농사를 지으려하고 차츰 농군으로 변해가는 나의 일기 아니면 자서전을 쓰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고 기왕 쓴다면 첫 책에는 1년 동안 제주에 와서 느낀 첫 소감, 처음으로 감명 받은 것과 초보농군으로 반드시 거쳐 가야할 처음 맞는 체험 위주로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1년이 넘어가면 아무래도 감흥이 식어들고 이곳에 안주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책 쓴다는 사실을 집사람만 알고 만인에게 알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들겠다고 동네방네 알렸다가 내가 중도 포기할 수도 있으므로 창피를 면하기 위해서다.

쓰다가 내 자신이 쓰고픈 소재가 부족하다든지, 문맥이 마음에 안든다든지, 갑자기 아프다든지, 책 발행비용이 의외로 부담된다든지, 책 분량이 안나온다든지, 출판사와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든지 그 외 생각지도 못한 사유가 있을 수 있고 지금 쓰는 순간에도 계속 고치고 순서도 바꾸고 내용도 수정하고 있으니 자신이 없어서다.

게다가 집사람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다고 계속 트집 잡고 있고 한글과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는 미숙한 내가 마음속으로 부탁할만한 딸은 수정해 주지 않을 태세이니 말이다.

그래서 잠이 안 온다. 망설여진다. 써야할지 안 써야할지.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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