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가 펼쳐지는 에딘버러(Edinburgh)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가 펼쳐지는 에딘버러(Edinburgh)
  • 조미영
  • 승인 2013.08.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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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의 여행&일상] <5>

「조미영의 여행&일상」이라는 코너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여행의 기록을 우리 일상의 이슈와 함께 잘 버무려 맛깔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조미영 (느리게 걷는 여행자)

 

여름이다. 더위를 피해 도시를 벗어난 사람들이 산이며 바다로 향한다. 방학과 휴가가 겹쳐지며 피서지마다 북적임이 커진다. 거기에 더해 이들 휴가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축제도 이어진다. 온 섬이 축제장이 되는 듯하다.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성 그리고 폭죽의 향연!!! 일상을 벗어난 이들에게 축제는 유쾌한 해방구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Edinburgh)의 여름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고 활기차다. 영국의 북부 그리고 해변도시도 아닌 이곳이 왜 뜨거울까? 8월이면 에딘버러는 전 세계 예술가들의 집합소가 된다. 이른바 에딘버러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유명예술인들을 초청하여 펼치는 국제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프린지 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 재즈, 영화, 책 등등 온갖 종합예술이 이 곳 에딘버러에서 축제라는 이름으로 어우러진다. 그리고 그들을 보기위해 모여든 전 세계 관광객들까지 수십만의 인파가 도시를 메운다. 에딘버러가 여름내 들썩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림1> 에딘버러 축제의 모습.                              그림2> 축제 참여 인파로 가득한 거리.

과거 축제기획자로 한참 일을 할 때였다. 몇 년간 머리를 짜내며 기획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르듯 매너리즘에 빠진다. 모든 일을 정리하고 몇 달간 유럽으로 축제기행을 떠났다. 프랑스 아비뇽, 벨기에 브뤼셀, 오스트리아 잘츠브르크 등등 유럽대륙을 떠돌며 느끼고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 즈음 다다른 곳 에딘버러. 내가 꿈꾸고 소망하던 축제가 그 곳에 있었다. 

 

 

런던에서 야간버스를 타면 다음날 이른 아침 에딘버러 시내에 도착한다. 기차보다 많이 불편하지만 한 푼의 경비라도 아껴야 하는 배낭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야간버스가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숙소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예약을 해 놓았다. 저렴한 한국인 민박에 걸어서 공연장을 다닐 수 있는 조건을 찾으려면 일찍 구해야 한다.

 

그림5> 옛 성들이 잘 남아있는 에딘버러.                 그림6> 에딘버러 성에서 내다본 도시풍경.

아침 식사시간은 무지 중요하다. 든든히 먹어 하루의 시작 에너지를 충전해야 함은 물론, 온갖 정보가 이때 교환된다. 공연정보와 그 날의 이벤트 그리고 티켓을 구하는 요령까지 다양하게 유통된다. 주말 저녁 밀리터리 타투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방법을 물었다.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매일 약간의 티켓을 판매한다고 한다. 그런데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이른 새벽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정보였다.
다음날 새벽, 일찍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몇 명의 일행이 생겼다. 그들과 함께 티켓 판매소로 달려갔다. 벌써 긴 줄이 만들어 지고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 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앉았다. 판매소가 문을 여는 9시까지 그렇게 거리에서 기다려야한다. 지루할 법도 한데 모두들 즐겁다. 반면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줄의 숫자를 세어보고 체념한다. 오늘 판매량만큼 이미 줄이 서 있다. 그저 대열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고 부러울 뿐이다. 우습게도 세수도 못한 얼굴로 거리에 앉아 그렇게 부러운 시선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그림7> 밀리터리타투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다.   그림8> 에딘버러에서 이런 긴 행렬은 흔하다.

티켓을 구하고 나니 모든 게 여유롭다.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맛보기 공연들을 둘러보았다. 공원의 특설무대는 물론, 거리, 카페 앞, 교회 등이 모두 공연장이 되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연예술제이지만 대규모 공연장은 따로 갖추지 않았다. 도시의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었다. 고풍스런 유적과 구도심의 상가 등이 축제의 구성요소가 되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구조다. 연간 수입의 대부분을 이 기간에 벌어들인다고 하니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그림9> 공원에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그림10> 도심의 도로도 공연장이 된다.

드디어 저녁이 되어 밀리터리 타투가 진행되는 에딘버러 성으로 갔다. 다른 외관장식 없이 성에 조명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축제분위기가 물씬거린다. 각 나라의 전통적인 군악대행진과 공연마다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킬트를 갖춰 입은 군악대가 백파이프 연주를 하며 나온다. 울컥한 감동이 밀려 올 즈음 에딘버러 성 위로 불꽃이 쏟아 오른다. 환희에서 경건함으로 그리고 감격스러움까지...,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오려 한다. 이후 한동안 내 입에는 백파이프 연주곡인 “Scotland the Brave”가 맴돌았다.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부르는 곡이라는데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다.

 

밀리터리타투 모습

공연은 정식 초청작과 자유참가작으로 나뉜다. 작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비주류들이 판을 펼칠 수 있는 프린지(Fringe)가 있어 더욱 활력이 넘친다. 원래 이 페스티벌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침울해진 분위기를 살리고 평화와 화합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은 세계 최고의 예술 견본시장이 되었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왓 앳킨슨과 여배우 엠마 톰슨도 프린지를 통해 배출된 스타다. 우리나라의 난타도 이곳에서 높은 호응을 받고 성공할 수 있었다. 세계의 공연자들이 자비를 들여서라도 축제에 참여하는 데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그림13> 프린지 공연.            그림14> 로얄마일에서의 퍼포먼스.                그림15> 공연 홍보.

이곳에 머문 지 일주일쯤 지나자 웬만한 공연장은 얼추 둘러 본 듯하다. 슬슬 다른 호기심이 발동했다. 축제장을 벗어나 야외로 나갔다. 칼튼 힐(Carlton Hill)에 올라가니 에딘버러 시내가 훤히 보인다. 언덕 뒤 자연의 풍경까지 시원스럽다. 산책을 나온 연인과 가족, 그들이 날리는 연까지 모두 한가해 보인다. 번잡한 축제장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에딘버러 성에서 홀리루드 궁전까지 길게 뻗은 구도심의 로열마일(Royal mail)을 걸었다. 예전에는 왕과 귀족들이 거닐던 길이라고 한다. 지금은 기념품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스코틀랜드하면 떠오르는 스카치 위스키와 타탄체크 양모공장 등도 거리 한켠에 있다. 구도심을 걷는 것만으로도 한나절 볼거리가 충분하다. 축제기간이면 이 거리는 차 없는 거리가 되어 공연 홍보를 나온 공연자들과 구경꾼들로 채워진다. 도시와 축제, 지역민과 여행객, 공연자와 관람객 등이 이분화 되지 않고 서로 어우러지는 공간 구도심은 훌륭한 축제장이 되고 있었다.

 

그림16> 칼톤 힐의 호수.                                     그림17> 연놀이하는 여유로운 가족.

다시 현실로 돌아와 우리의 축제를 돌아보았다. 모든 축제장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하다. 대부분 공짜인데도 축제장이 썰렁해서 객석을 채우느라 진땀을 뺀다. 왜일까? 축제 내용에 앞서 대형 공연장부터 짓거나 형식적인 의례절차에 갇혀 창의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기획자들은 축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 덤벼들었거나 관광객 유입을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예산을 쥔 지자체는 과도한 관여를 한 건 아닌지? 그동안 우리가 벌여온 축제가 진정성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건 아니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프로필>
전 과천마당극제 기획·홍보
전 한미합동공연 ‘바리공주와 생명수’ 협력 연출
전 마을 만들기 전문위원
현 제주특별자치도승마협회 이사
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
프리랜서 문화기획 및 여행 작가
저서 <인도차이나-낯선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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