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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느 공영버스 기사의 하루
[기고] 어느 공영버스 기사의 하루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6.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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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건설교통과 윤동령

서귀포시 건설교통과 윤동령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5시30분에 눈을 뜬다. “오늘 첫차는 6시 20분 벌써 일주일째 6시대 첫차만 걸린다. 남들은 7시 40분 첫차도 잘 걸리던데.....” 이런 푸념과 함께 윤기사의 하루는 시작된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헐래벌떡 사무실에 출근하니 벌써 동료기사들이 하루를 시작하고자 버스 점검이 한창이다. 아침 7시30분 학생들 학교등교로 하루 중 가장 승객이 많은 시간 오늘도 버스가 꽉 찼다.

그런데 윤기사가 돈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오늘도 어떤 놈이 천원 지폐를 반으로 찟어 반만 넣고 잔돈 200원을 받아갔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잠깐 사이에 반쪽 지폐에 당하고 만다.

오전 10시 오늘도 제주은행 앞에는 70세 이상 된 무료 노인 승객들이 줄을 잇고 대기 중이다. 70세 이상 제주도에 거주하시는 분은 오전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신분증만 제시하면 공짜다. 그런데 오늘도 분명히 내가 아는 저분은 65세인데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고 당당하게 공짜로 버스 안으로 들어온다. 지난번에 동료기사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화를 내며 싸운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러면 안되지만 또 민원이 들어 갈까봐 아무소리 못하고 공짜로 태웠다. 사실 이런 분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신분증을 제시하다 실랑이를 벌려 불친절하다고 민원이 자주들어온다.

낮 12시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해서 배가 고파온다. 오늘은 점심시간이 오후 2시다. 우리 버스기사들은 점심시간이 일정치 않다. 빠르게는 11시30분에서 늦게는 오후 2시20분까지다. 버스량 노선에 따라 각각 달라 점심시간이 다르다. 이거 이러다 위장병 걸리지 않나 모르겠다.

종점에서 잠깐 쉬는 동안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손님 중에 지갑을 분실했다고한다. 둘러보니 의자 밑에 다행히 빨간 지갑이 있다. 요즘 들어 부쩍 버스 안에 물건을 놓고 내리는 손님들이 많다. 하지만 잊어버린 물건을 잘 찾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후 3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김씨 내외가 병원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서로 반갑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눈다. 기분이 좋다. 역시 인사란 서로 주고 받아야 제 맛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다짜고짜 시비를 걸 때도 있고, 반말조로 대하는 사람도 있고, 1~2분 늦었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버스 운행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운행 여건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밤 11시 여고 정문 앞.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끝나고 귀가하는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심야버스까지 끝낸 시간이 밤 12시30분 차고지에 적막이 감돈다.

온몸으로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오늘도 서귀포시민의 발이 되었다는 뿌듯한 자부심으로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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