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총회 ‘시체놀이’ 퍼포먼스보다 제주도정이 더 부끄럽다
WCC총회 ‘시체놀이’ 퍼포먼스보다 제주도정이 더 부끄럽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5.0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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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유치 실패,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때문이라고?”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총회 마지막날 제주해군기지 의제 채택을 요구하며 생명평화 100배를 하고 있는 모습.

제주특별자치도가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 실패의 책임을 엉뚱하게도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단체들 탓으로 돌려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평창으로 결정된 제12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얘기다.

김선우 제주도 환경경제부지사는 2일 낮 제주도청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개최지 심사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김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 때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단체들이 벌였던 퍼포먼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심사 과정 중 가장 대답하기 곤혹스러운 질문이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행사장 안에서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들이 한 명씩 드러누운 채로 꼼짝도 하지 않는 이른바 ‘시체놀이’ 퍼포먼스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에 참석했던 기자들 중 한 명이 “대규모 국제회의라면 그 정도의 반대시위가 전혀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면서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김 부지사는 “그래도 행사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그런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부지사의 말대로라면 이번 개최지 심사 과정에서 조직위 측에서 지난해 제주WCC총회 때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된 것을 문제 삼았고, 그 자신도 최종적으로 회의 유치에 실패하게 된 주된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제주도가 정작 뒤늦게 총회 유치전에 뛰어들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유치에 실패한 책임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 하는 것 아닌지 의아스럽다.

실제로 행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강원 평창과 경남 창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총회 한국 개최가 결정되기 전부터 범도민유치위원회를 구성, 준비상황 보고회를 여는 등 총회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바 있다.

제주도는 WCC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채택된 제주형 의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제주도는 경쟁도시에 비해 처음부터 출발이 늦어 유치에 실패한 책임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 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개최지 심사 때 제주WCC총회 때의 문제를 제기한 심사위원을 향해 “‘제주해군기지’라는 민감한 이슈를 IUCN 회원총회 의제로 올려 다루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고 떳떳하게 답변할 수는 없었을까?

WCC총회 행사장에서의 ‘시체놀이’ 퍼포먼스보다, 지금의 떳떳하지 못한 제주도정의 모습이 훨씬 더 부끄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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