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 넘도록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아픔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을 위해 43명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애틋한 연서(戀書)가 책으로 출간됐다.
제주 4.3 65주기를 맞은 3일 저녁 7시30분. 『그대, 강정』 출간을 기념하기 위한 북콘서트가 열린 제주벤처마루에는 전국 곳곳에서 온 ‘강정앓이’들이 모여들었다. 작가들이 강정을 향해 절절한 마음으로 쓴 연애편지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인터넷을 통해 ‘작가, 제주와 연애하다’라는 타이틀로 연재된 글들이 다시 한 편씩 2000부 가량의 팸플릿으로 제작돼 제주 전역에 배포돼 왔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져온 이 ‘제주팸플릿작가’의 소박한 ‘팸플릿 운동’에 쓰여진 글과 사진들이 모아져 『그대, 강정』으로 출간된 것이다.
“누구는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뽑히길 기원하며 전화기를 돌렸고 누구는 강정의 다급함을 알리기 위해 트윗을 날리던 때였다. 누구는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잘 먹고 잘 살수 있을 거라며 설레발을 치고 있고 해군기지 건설을 막던 누군가는 닭장차에 실려 가던 때였다. 그랬다.” (강기희, ‘검은 새에게’ 중에서)
이날 북콘서트는 연극 연출가인 방은미씨와 대학생 현치훈씨가 책에 실린 편지를 낭독하면서 시작됐다.
또 ‘몽당숟가락’을 쓴 유종 시인과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것’을 쓴 소설가 부희령씨, 다큐멘터리 작가인 조성봉 영화 감독, 사진작가 이광진씨와 이길훈씨 등이 무대에 나와 제주와 강정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는 이야기마당 순서가 진행됐다.
임찬익 영화감독은 비틀즈의 ‘Let it be’가 잔잔히 흘러나오는 가운데 책에 실린 강정마을의 모습들을 편집한 영상과 함께 “최고의 건축은 아무것도 건축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책 말미에 실린 ‘강정 전사(前史)’ 연보는 강정마을의 지난 6년이 오롯이 담겨 있다. 2007년 4월부터 지금까지 강정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 주류 언론에서 강정을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강정과 제주의 평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대, 강정』에 참여한 작가들의 인세 전액은 팸플릿 운동과 강정 평화활동을 위해 쓰이게 된다. 책을 펴낸 출판사측도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북콘서트는 3일 제주를 시작으로 8일에는 서울에서 북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또 부산과 광주 등에서도 북콘서트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강정앓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정의 첫 느낌은 꼭 엄마 젖가슴 같았다. 강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애절한 연애편지를 썼다. 이 절절한 사랑으로 강정이 뜨겁게 지켜지기를….” (개그우먼 김미화씨 추천사)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