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04회 임시회 본회의장은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주요과제에 대한 동의안이 다뤄지는 것도 있었지만, 본회의 직전까지 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진 사안은 정작 다른 내용이었다.

바로 최근 논란이 불거진 투자진흥지구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 직전까지도 이를 채택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30명 의원들 가운데 찬성 14명, 반대 10명, 기권 6명으로 행정사무조사 채택의 건이 무산됐다. 당초 발의안에 서명한 의원 수가 26명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결과다.

발의안 채택이 무산된 데는 강창수 의원(새누리당)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표 발의자인 김용범 의원(민주통합당)의 제안 설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발의안 채택에 반대한다는 요지의 반대 발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강 의원은 지난 18일 투자진흥지구 관련 현안 보고를 통해 집행부로부터 투자진흥지구 관련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행정사무조사에 버금갈 만큼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주장했다.

또 “상임위에서 종합적인 문제점들이 다뤄졌고 이에 대한 개선대책까지 걸러진 상황에서 지금 당장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 “투자진흥지구와 관련한 행정사무조사 실시에 관해서는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의 의견이 존중되어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다른 의원들이 강 의원의 이같은 논리에 설득을 당한 것일까. 결국 행정사무조사 채택의 건은 발의안에 서명했던 26명에 턱없이 모자란 14명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날 강 의원이 ‘문화관광위 의견이 존중되어져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다른 문광위 소속 의원들이 “문화관광위 차원에서 그렇게 의견을 모은 적이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화관광위 소속의 다른 모 의원은 위원장에게 공식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행정사무조사 채택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도 집행부에서는 의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투자진흥지구 행정사무조사에 대해 간곡히 협조를 당부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전방위 로비를 펼쳐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와 도의회 주변에서는 “도 집행부가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행정사무조사를 받지 않으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면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