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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첫날 정월명절, 차분히 한 해를 설계할 때입니다
한 해의 첫날 정월명절, 차분히 한 해를 설계할 때입니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2.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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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섭 문학박사/항일기념관장

김동섭 문학박사/항일기념관장
많은 꿈과 큰 계획보다는 적어도 올 한 해에는 무엇인가 손에 잡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작게라도 이룩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시작한 계사년 한 해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모처럼 따사하게 피어나는 양지 볕 아지랑이처럼 한가함이 몰려오는 오후, 스산한 바람과 함께 시작한 봄비가 밤이 새도록 내리더니 서울에는 엄청난 눈 폭풍을 몰고 왔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제주에는 가녀린 비가 바람과 함께 입춘의 아침을 적시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해 농사의 대풍을 기원하며 정성을 모아 제를 지내기도 했던 그날, 관덕정 광장에서는 예전 우리 선인들의 삶의 모습을 재현하며 오늘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의 풍요(豊饒)와 안전, 행복을 기원하며 입춘굿 놀이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철 드는 날이라고 하여 입춘은 한 해 삶의 시작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행동을 삼갔으며 특히, 여인들의 출입을 삼가 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리 뿌리점을 보아 대풍을 점쳤으며, 집안의 재물(財物)을 밖으로 내 보내지 않는 풍습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이었습니다. ‘정월명절’이라고 하여 외지(外地)에 나가있던 가족들도 이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새롭게 맞이하는 한 해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웃어른에게 세배(歲拜)를 드림과 동시에 선대 조상들에게 차례를 올리는 자리를 마련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상청(喪廳)을 모신 이웃은 물론, 어른들도 한분 한분 찾아뵈면서 세배를 드렸던 풍습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설날 뿐만 아니라, 명절은 혈연(血緣)과 지연(地緣)으로 구성된 공동체의 성원들이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우리만의 미풍이었던 것입니다.

누구나 새로움에 대해 기대와 설레임을 갖기 마련입니다. 부족함은 채우고 싶고 모자람에 대해서는 모진 인내와 굵은 땀방울의 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드시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는 좋은 삶의 바로미터를 얻기 위해 책도 사고 위인이나 설공한 사람, 좋은 사람을 멘토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에 서게 되면 해마다 겪는 후회이지만 너무 지나친 기대는 실망 가득한 후회로 돌아오고 결국에는 훌륭한 계획이었지만 지나친 욕심이었음을 느끼면서 언제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껴왔던 것입니다.

‘후회는 한번으로 족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후회를 언제나 반복하면서 살고 있는 범민(凡民)에 지나지 않는가 봅니다. 저 같은 경우도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해마다 같은 후회를 하면서 올 해만은 그러지 말기를 기대하며 한 해를 시작하곤 하였습니다. 계사(癸巳)년 한 해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시작합니다. 올 해만은 후회하지 않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체력과 신념을 다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따사하고 훈훈한 만족의 향기를 가족, 직장, 주변의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김동섭 문학박사/항일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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