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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새 600여개 업체 중 400여개 사라져 … “대체 무슨 일이?”
15년 새 600여개 업체 중 400여개 사라져 … “대체 무슨 일이?”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1.28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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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일본 사례에서 본 제주맥주 ①“제주도민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제주맥주 사업이 오는 6월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당초 민간사업자 공모까지 나섰던 제주도가 소규모 지역맥주 사업으로 방향을 틀면서 급진전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본의 지역맥주 업체들 사례를 보면 제주맥주 사업이 넘어야 할 과제도 말그대로 ‘첩첩산중’이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 제주맥주 사업의 선결 과제들을 3회에 걸쳐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요코하마 맥주의 맥주 주입 과정. 한달에 10㎘ 가량 소규모로 생산하는 곳이어서 직원 한 명이 맥주를 병에 주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지역 맥주는 ‘찌비루’라고 불리워진다. 그대로 직역하면 지역맥주라는 뜻이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한 지역맥주 업체 대표에 따르면 현재 일본 국내 지역맥주 업체수는 20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994년 일본 정부가 지역맥주 산업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한 직후에는 무려 600여개에 달했다. 불과 15년 사이에 무려 400여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맥주의 저가 공세를 버텨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자치단체가 지분을 출자해 제3섹터 방식으로 출발한 후지야마 맥주.
매장에 진열돼 있는 후지야마 맥주. 도쿄 등 인근 대도시에서 오는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측과 함게 둘러본 일본 내 지역맥주 업체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맥아와 호프 등을 모두 수입해서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맥주 원료를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지역맥주 업체들로서는 대기업 맥주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지난 97년 자치단체가 출자해서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된 후지야마 맥주는 제주맥주 사업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후지산 인근의 야마나시현에 있는 이 업체는 후지산의 미네랄 워터를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와타나베 요시히로 후지야마 맥주 사장
와타나베 요시히로 사장(62)은 맥주를 시음하기 앞서 대뜸 취재진과 도개발공사 시찰단에게 물 맛부터 볼 것을 권했다. 지하 100m 깊이의 우물에서 길어낸 물이란다.

이 후지야마 맥주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라거 맥주 제품과 여성용, 흑맥주 등 3종을 생산하고 있다. 기간을 한정해 판매하는 기획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다만 비수기여서 그런지 공장과 함께 있는 매장 안은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와타나베 사장은 인터뷰에서 “대기업 맥주의 저가 공세도 문제지만 일본 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무알콜 발포주 때문에 지역맥주 업체들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사업 초창기에는 시와 민간이 공동으로 자본을 출자했으나 지금은 민간기업이 손을 뗀 상태라고 한다.

시찰 기간 중 함께 둘러본 요코하마 브루어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지역 내 농산물을 원료로 한 안주를 개발하거나, 지역 내 요식업체와 연계하고 있다는 점도 제주맥주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후지야마 맥주에 앞서 가장 먼저 방문했던 요코하마 브루어리의 경우 레스토랑을 겸한 매장이 평일 오후인데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오타 히사시 요코하마 브루어리 사장
오타 히사시 사장(51)은 “레스토랑 안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의 70%를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입맛의 맥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코하마 브루어리의 경우에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3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제주맥주도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라는 컨셉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우선 제주도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자리를 잡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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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2013-01-28 13:58:54
일본이야 음료처럼 맥주를 즐기지만, 제주인들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