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에 걸쳐 복권기금이 목적대로 쓰이지 않는 부분을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제주도에 복권기금을 내려 보낼 때 구억리에 들어갈 옹기전수관은 ‘무형문화재 옹기 전수회관 건립 사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현재는 ‘구억마을 전통옹기전수관’으로 이름이 바뀐 상태이다. ‘무형문화재’가 빠지고 ‘구억마을’이 대신 이름을 차지했다.
문제는 ‘구억마을 전통옹기전수관’이라는 이름도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제주>가 나라장터의 입찰공고를 확인한 결과 공사이름이 ‘제주전통옹기 전수체험관 건립공사’로 바뀌어 있었다.
<미디어제주>가 건축 도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도면 역시 ‘제주전통옹기 전수체험관’으로 돼 있다.
더욱이 옹기의 핵심이 되는 가마와 건조시설은 제주의 전통옹기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무형문화재인 옹기장은 굴대장, 질대장, 도공장, 불대장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굴대장은 옹기 완제품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가마를 만드는 무형문화재다. 굴대장이던 무형문화재 고홍수씨가 지난해 11월 운명을 달리하면서 가마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제주 도내에 단 1명만 남게 됐다. 굴대장 전수조교이다. 다행히 전수조교의 아버지는 노랑굴 축조 경험자이면서, 전수조교 자신도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신평굴을 축조하면서 고홍수씨의 고증을 받아 전통옹기가마를 완성시켰다.
그렇지만 현재 지어지는 구억리 전수체험관 가마는 마지막으로 남은 전수조교의 자문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려졌다.
해당 도면을 설계한 건축사는 “체험관으로 알고 설계를 했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가마를 설계하겠느냐. 구억리 마을에서 옹기도면을 가져왔길래 그대로 그려준 것 뿐이다”고 말했다.
무형문화재 전수조교는 “제주 전통가마를 만드는 돌은 따로 있다. 제주석이라고 아무 것이나 갖다 붙여서는 안된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건조실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건조실은 건물에 포함돼 있으며, 콘크리트 구조에 일부 제주석을 붙이는 것으로 돼 있다. 건조실 바닥은 돌가루를 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 옹기를 말리려면 이런 구조는 안된다. 건조실은 바닥이나 벽 모두 흙으로 덮여야 한다. 그래야 옹기가 숨을 쉬면서 제대로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에서 마을사업으로 둔갑한 전수관. 여기에서 전수관이 아닌 체험관으로 다시 이름을 갈아탔다면 무형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더욱이 무형문화재의 고증도 없이 지어지는 옹기 체험관이라면 복권기금 문제를 떠나서 문화를 논할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