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무형문화재에서 마을사업으로, 이젠 옹기체험관으로 전락
무형문화재에서 마을사업으로, 이젠 옹기체험관으로 전락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9.21 10:5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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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기금은 봉인가] <3>문화재가 완전 배제된 구억리 옹기 사업

제주도의 공사 입찰 공고 내용. 공사명이 '제주전통옹기 전수체험관'으로 돼 있다.
2차례에 걸쳐 복권기금이 목적대로 쓰이지 않는 부분을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제주도에 복권기금을 내려 보낼 때 구억리에 들어갈 옹기전수관은 무형문화재 옹기 전수회관 건립 사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현재는 구억마을 전통옹기전수관으로 이름이 바뀐 상태이다. ‘무형문화재가 빠지고 구억마을이 대신 이름을 차지했다.

문제는 구억마을 전통옹기전수관이라는 이름도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제주>가 나라장터의 입찰공고를 확인한 결과 공사이름이 제주전통옹기 전수체험관 건립공사로 바뀌어 있었다.

<미디어제주>가 건축 도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도면 역시 제주전통옹기 전수체험관으로 돼 있다.

더욱이 옹기의 핵심이 되는 가마와 건조시설은 제주의 전통옹기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무형문화재인 옹기장은 굴대장, 질대장, 도공장, 불대장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굴대장은 옹기 완제품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가마를 만드는 무형문화재다. 굴대장이던 무형문화재 고홍수씨가 지난해 11월 운명을 달리하면서 가마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제주 도내에 단 1명만 남게 됐다. 굴대장 전수조교이다. 다행히 전수조교의 아버지는 노랑굴 축조 경험자이면서, 전수조교 자신도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신평굴을 축조하면서 고홍수씨의 고증을 받아 전통옹기가마를 완성시켰다.

그렇지만 현재 지어지는 구억리 전수체험관 가마는 마지막으로 남은 전수조교의 자문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려졌다.

전수관에서 체험관으로 바뀐 구억리 옹기 사업. 도면 왼쪽이 가마 도면이다. 하지만 문화재의 고증을 거치지 않았다.
해당 도면을 설계한 건축사는 체험관으로 알고 설계를 했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가마를 설계하겠느냐. 구억리 마을에서 옹기도면을 가져왔길래 그대로 그려준 것 뿐이다고 말했다.

무형문화재 전수조교는 제주 전통가마를 만드는 돌은 따로 있다. 제주석이라고 아무 것이나 갖다 붙여서는 안된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건조실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건조실은 건물에 포함돼 있으며, 콘크리트 구조에 일부 제주석을 붙이는 것으로 돼 있다. 건조실 바닥은 돌가루를 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 옹기를 말리려면 이런 구조는 안된다. 건조실은 바닥이나 벽 모두 흙으로 덮여야 한다. 그래야 옹기가 숨을 쉬면서 제대로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에서 마을사업으로 둔갑한 전수관. 여기에서 전수관이 아닌 체험관으로 다시 이름을 갈아탔다면 무형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더욱이 무형문화재의 고증도 없이 지어지는 옹기 체험관이라면 복권기금 문제를 떠나서 문화를 논할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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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 2012-09-24 10:11:18
제주옹기는 제주의 흙으로만 만들수있는 제주의 정신입니다. 오랫동안 이어온 제주 전통방식의 옹기제작이 계속 전수되길 바랍니다.

강주현 2012-09-22 18:36:40
제대로 안할거면 회수해야죠 국민의세금인데 맘대로변형되면안되지요. 전통문화가 제대로 이어져야 지요.

김연숙 2012-09-22 17:41:13
복지기금이 잃어버린 전통문화, 무형문화를 복원하는데 사용되야지요... 단순히 관광용 옹기체험관을 짓는데 사용되는건 말이 안됩니다. 돈이 아깝네요.. 그리고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마을 홍보용으로 이용되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좀 웃깁니다. 원래 취지대로 건립되어야 하겠습니다.

보리 2012-09-21 12:33:18
문화재를 인정하지 않을거면 차라리 사업을하지말지 서민주머니에서 나온게복권기금인데 ..

dhkdEk 2012-09-21 12:08:35
저두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