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조성한 저류지가 태풍 때 집중호우에도 하천의 큰물이 흘러넘치는 걸 막는 최고의 ‘수호 막’이 되고 있다.
이는 16~17일 제주를 지나간 태풍 16호 ‘산바’를 비롯해 올 들어 제주를 강타한 태풍 15호 ‘볼라벤’ 때 그 몫을 톡톡히 함으로써 그 진가를 확실하게 증명해 냈다.
집중 호우로 내린 엄청난 물을 가뒀다가 상황에 따라 물높이를 조절하기 위해 물이 빠짐으로써 하천 물이 넘치는 걸 막았기 때문이다.
제15호 태풍 ‘볼라벤’은 지난달 27~28일 제주를 강타하며 한라산 윗세오름에 745㎜, 어승생 652㎜, 관음사 545㎜, 제주시청 307㎜ 등 많은 폭우를 뿌려댔다.
더욱이 제16호 태풍 ‘산바’는 16~17일 제주를 지나며 한라산 진달래밭 752㎜, 윗세오름 709㎜, 관음사 705㎜, 교래 578㎜, 오등동 482㎜, 제주시청 468㎜의 물을 쏟아 부었다.
‘산바’가 뿌려댄 강우량은 2007년 9월15~16일 태풍 ‘나리’와 지난달 태풍 ‘볼라벤’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제주시내 하천이 범람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이는 제주시의 한천 1, 2저류지, 병문천 2 저류지를 가동해 물을 가둠으로써 도심 하천의 큰 물이 넘치는 걸 막아냈기 때문이다.
한천 1, 2저류지는 17일 오전 6시5분, 병문천 제2저류지는 오전 7시 개방, 30%의 물을 채웠다.
이어 저류지 3곳 모두 오전 7시30분에 50%, 오전 8시20분 물높이를 거의 가득 채웠다가 물이 빠졌다 .
한때 범람 위기를 맞았던 산지천의 남수각도 저류지가 제몫을 다함으로써 고비를 넘겼다.
현재 제주시내에 조성된 저류지는 한천 2곳, 병문천 4곳, 산지천 3곳, 독사천 2곳 등 4개 하천에 모두 11곳이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9월 기록적인 집중 호우를 동반한 태풍 '나리'로 제주시내 하천이 모두 넘쳐, 주요 공공·사유시설이 큰 피해를 당하면서 저류지를 만들기 위한 계기가 됐다.
제주시는 당시 지역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태풍에 따른 집중 호우로 하천의 큰 물이 넘치는 걸 미리 막기 위해 지난해까지 사업비 811억 원을 들여 저류지를 조성했다.
현재 저류지 11곳에서 가둘 수 있는 물은 160만7000톤으로 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송두식 제주시 건설교통국장은 "저류지마다 CCTV와 재난 예·경보시스템을 설치해 ‘볼라벤’과 ‘산바’ 태풍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저류지가 도심지 하천 범람을 최소화해 도심지 침수 피해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