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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유물·자료 2만여점 수집만 해놓고 특별전시실은 ‘텅텅’
4.3 유물·자료 2만여점 수집만 해놓고 특별전시실은 ‘텅텅’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8.31 0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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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자체 전시회 한 차례도 없어 … 4․3 유물 보존·활용방안 마련 시급

제주도민들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인 4.3을 기념하고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4.3 평화기념관 특별전시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만여점의 4.3 관련 자료와 유물이 모아졌지만 전시 등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수년째 수장고에만 처박혀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해마다 세차례 정도 열리던 4.3사업소의 자체 전시회도 올해 들어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4.3의 아픈 역사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평화기념관이 제대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되면서 4.3 관련 유물과 자료 수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로 지금까지 수집된 4.3 관련 유물과 사료는 모두 2만1849점에 달한다.

<미디어제주>가 관련 유물 및 사료 수집 현황과 유물 보관 상태 등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자료실과 2개의 수장고에 나눠 보관되고 있었다.

4.3사업소의 김용철 학예연구사는 “유해 발굴 과정에서 나온 유물은 약품 등으로 보존 처리를 한 후 밀봉 보관하고 있고, 다른 대부분의 유물은 항온․항습 기능이 갖춰진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유물 보관 상태를 설명했다.

동광 큰넙궤에서 발견된 호신용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故 진아영 할머니의 유품.

또 지난 2006년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에서 발견된 유물 중 호신용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유물 3점에 대해 김 연구사는 “문화재연구소에 자문은 구한 결과 약품 처리할 필요는 없고 그늘에 세워 자연건조시킨 후에 보관하면 된다고 해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유물의 경우 길어야 50~6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약품 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옆에는 ‘무명천 할머니’로 알려진 진아영 할머니의 유품이 함께 보관되고 있었다.

제주도의회가 기증한 4.3 피해자 신고 서류들.

또 4.3특별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4.3 진상조사특위를 구성, 피해자 신고를 접수받았던 서류 원본 등 책자 및 사료들이 한 방에 보관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사는 “금속제 유물과 종이 등 재료가 쓰인 사료는 분리해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어 조만간 이들을 분리해서 보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4.3 유해 발굴 현장에서 함께 발견된 총탄과 탄피 등은 약품 처리한 후 밀봉된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한 곳의 수장고에는 4.3 유해 출토 과정에서 나온 총탄과 탄피 등이 밀봉된 채로 보관중이었다.

지상에 노출돼 있던 유물은 자연 상태로 두어도 되지만, 땅 속에 묻혀있던 유물의 경우 한꺼번에 부식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약품 처리를 거쳐 밀봉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장고를 나와 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와보니 상설전시관 옆에 있는 특별전시실이 텅 빈 채로 불이 꺼져 있다. 김 연구사는 “4.3 추모기간 중에는 관련 단체들이 마련하는 사진전 또는 미술작품전 등이 집중적으로 열리지만 지금은 비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4.3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전시회가 해마다 세 차례 정도씩 열려 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아직 단 한 차례도 전시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다.

김 연구사는 “4.3 관련 유물은 다른 박물관의 전시품 등과는 달리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역사 사료로서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제는 새로운 4.3 유물을 수집하고 조사하는 일보다 수집된 유물을 제대로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4.3 유물이 보관되고 있는 수장고에 들어가기 전에 김용철 학예연구사가 출입일지를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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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2012-09-01 23:26:59
진아영 할머니 유품은 절도 아닌가? 집 주인 동의 받고 가져 갔는디 의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