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예비 대권주자들 중 한 명인 손학규 상임고문이 22일 제주를 방문,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를 만나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이날 오후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4.3평화공원을 찾아 4.3 영령들에게 헌화와 참배를 마친 뒤 오후 3시40분께 제주교구 주교관을 찾아 강우일 주교와 2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해군기지 문제였다.
강우일 주교가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곧바로 “제주에 오셨으면 강정마을에도 들려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자 손학규 상임고문은 “마침 오늘 오후에 김정길 후보가 강정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한다고 해서 강정마을회에 양해를 구하고 29일 다시 찾아뵙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상임고문이 강 주교에게 “주교님이 걱정이 많으시죠”라고 안부 인사를 전하자 강 주교는 “저는 마음으로만 걱정할 뿐이고 현장에 계신 신부님들과 활동가들이 고생이 많다. 특히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법원에서 고액의 벌금형을 선고해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손 고문은 또 “정부로서는 행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주민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예산을 승인해준 것도 민군복합관광미항과 주민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민주당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강 주교는 “강정 앞바다는 청정 해역인 데다 천연기념물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벌써 다 파괴되지 않았을까 너무 안타깝다”면서 “무력으로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역사 속에서 잘못이라는 게 증명돼 있다”고 강조했다.
“무력을 갖고 있으면 결국 그것을 사용하게 돼 평화를 지킬 수 없으며, 우리나라로서는 중국과 미국, 일본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군사력이 아니라 외교력이 가장 요구된다”는 평소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하기도 했다.
손 고문은 강 주교와의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제주해군기지는 일방적으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잘못 진행되고 있으므로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국회에서 민군복합미항으로 만들기로 한 만큼 그 취지에 맞게 사업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신공항에 대해서는 “제주공항이 곧 포화상태가 되는데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면서 제주 신공항 건설을 민주당의 정식 대선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손 고문은 4.3평화공원을 찾아 헌화와 분향을 한 뒤 4.3 희생자 추가 신고 기간 연장과 피해자 보상, 국가추념일 지정, 평화공원 3단계 사업 국고 지원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손 고문은 4.3공원 참배 후 방명록에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정권교체 이루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적었다.
한편 손 고문은 오는 29일 다시 제주를 방문, 자신의 구체적인 제주 발전 구상 등을 밝힐 예정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