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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을 제발 어른들의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자”
“학교폭력을 제발 어른들의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6.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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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골든벨’ 행사때 ‘가해자 참회의 낭독코너’에 대한 문제제기

하마터면 큰일이 생길 뻔했다. ‘경찰과 함께 하는 학교폭력 골든벨을 울려라행사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왜 큰일일까. ‘골든벨을 울려라는 모 방송사의 고교 최강자를 가리는 퀴즈 프로그램으로, 인기 또한 높다. 퀴즈 프로그램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아니다. 14일 열리는 경찰과골든벨 행사에 상상도 못할 코너가 계획돼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 행사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훌훌 털고, 즐거운 학교로 만들자는 의지가 묻어난 행사다. 제주경찰 직원들로 구성된 폴밴드의 콘서트가 있고, 특공대의 무술시범도 있다. 여기에 최종 결선에 입상한 학생들에겐 전자사전과 MP3플레이어 등 다양한 상품과 기념품을 준다.

그런데 이처럼 즐거운 행사에 참회록이 준비돼 있었다. 또래의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온 가해학생의 반성의 참회록이라는 이름으로 낭독을 하는 코너였다. 다행히도 참회록을 읽기로 한 학생이 고사함으로써 이 코너는 이날 행사에서는 없던 것으로 됐다.

'경찰과 함께하는 학교폭력 골든벨을 울려라' 행사에 가해학생의 '참회록 낭독' 코너가 준비돼 있어 '인민재판'이냐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날 골든벨은 각 경찰서별로 골든벨 예선을 통과한 학생 86명이 참석하는 자리다. 수많은 또래의 눈들이 바라보는 자리에서 참회록을 낭독한다고 생각을 해보라. 참회록을 읽어 내려가야 하는 학생은 비록 가해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나 어엿한 우리의 자식이며, 미래의 동량이다.

만일, 참회록 낭독의 자리가 성사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참회록을 읽는 학생의 심정은 그야말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내가 무슨 원죄가 있기에 이 자리에 섰을까라는 참회보다는 회한과 억장의 무너짐을 체험했을테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인민재판을 받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학교폭력은 가해자도 있고, 피해자도 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이들을 모두 감싸 안아야 한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어른들의 입장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대질랑 말자. 학교폭력 문제는 우선은 학생들의 심정에서 다가가야 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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